이스라엘 방산기술 기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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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에서 작전중인 이스라엘군(IDF)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예루살렘포스트는 7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 3주년을 맞아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 방산기술 생태계가 전쟁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규모가 커지고 속도가 빨라졌으며 군과의 통합도 깊어졌다는 설명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임무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도 변화로 꼽았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하마스의 기습이 오랜 믿음을 깨뜨렸다고 짚었다. 하마스가 첨단 기술과 ‘외교적 조치’에 묶여 있다는 믿음이다. 외교적 조치에는 수백만달러(수십억원대)의 현금을 가방에 담아 전달한 일 등이 포함됐다. 이 매체는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중동에서 수년 만에 본격적인 국가 간 전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기습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방산 혁신 중심지였다. 그러나 스타트업 상당수는 사이버보안 등 민간 시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방산을 조달 주기가 길고 고객이 까다로운 시장으로 봤다. 시제품에서 매출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인식도 있었다. 10월 7일이 이런 셈법을 바꿨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전쟁 발발 후 수주~수개월 사이 가자지구에서 돌아온 예비군과 기술기업 엔지니어들이 움직였다. 이들은 적진에서 직접 겪은 문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드론, 자율 플랫폼, 인공지능(AI), 전장 통신, 전자전, 로봇, 정보, 군수 분야에서 새 기업이 생겨났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이스라엘 방산기술 기업은 기습 이전 약 160곳에서 현재 300곳 넘게 늘었다. 국방부는 수백 개 스타트업이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개발국(MAFAT)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방산기술 인력의 문화도 바뀌어 모든 분야가 임무 중심이 됐다고 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10월 7일 공격이 인명 피해이자 보안 당국의 실패일 뿐 아니라 체제 전반의 충격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국경을 첨단 보안의 세계적 모델로 내세워 왔다. 이스라엘군은 팩스와 구형 서버, 분리된 정보체계 같은 낡은 시스템에 묶여 있었다. 반면 남부 국경에는 지하 장벽과 AI 감시, 원격 조종 무기체계를 갖춘 다층 스마트 장벽이 있었다.

국방부는 2021년 이 사업에 여러 나라 출신 노동자 1200명 넘게 참여했다고 밝혔다. 국경 곳곳에서 공사가 이뤄졌고 콘크리트 공장 6곳이 세워졌다. 에란 오피르 당시 장벽관리국장(준장)은 트럭 33만대가 콘크리트 약 300만㎥를 쏟아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양이 “이스라엘에서 불가리아까지 도로를 깔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철강 14만t도 투입됐으며 “이스라엘에서 호주까지 이어지는 철벽의 길이와 맞먹는다”고 덧붙였다.

장벽은 국경 전체를 따라 이어지는 지하 장벽과 해상 장벽을 포함했다. 터널을 탐지하는 첨단 센서와 감시장비도 갖췄다. 이집트 국경에 있는 것과 비슷한 높이 6m의 지상 철책도 결합됐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5년 전부터 자랑해 온 AI 기반 정보체계와 첨단 기술은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폭발물과 불도저, 오토바이, 상업용 패러글라이더와 드론 같은 저가 수단이 10억달러대(약 1조3500억원대) 체계를 몇 분 만에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실패가 기술에 그치지 않고 교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기술을 인간 중심의 탄력적 방어 구조 속 한 층이 아니라 방패로 여겨 왔다는 것이다. 국경 너머 위협을 경고한 하급 장교들의 목소리도 무시됐다고 전했다. 하마스 대원 수천 명이 장벽을 뚫고 1200명 넘게 살해하고 생존자와 시신을 포함해 251명을 납치하기 전까지 누구도, 어떤 기술도 위험의 크기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신뢰의 붕괴가 변혁의 촉매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가적 위기의식 속에서 방산기술 생태계는 초가속 국면에 들어섰다. 민간 투자는 2025년 약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에서 2026년 약 30억달러(약 4조500억원)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단계 혁신과 군 조달 사이를 잇는 전문 펀드도 생겼다. 시제품에서 실전 배치까지 걸리는 기간도 줄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혁신 분야에는 10월 7일의 교훈이 반영됐다. AI와 머신러닝은 이상 징후 탐지와 드론 떼 예측, 실시간 전장 분석, 자동 위협 분류의 핵심 도구가 됐다. 값싼 비행체가 헤즈볼라의 가장 치명적인 수단 중 하나로 꼽히면서 대드론 기술의 중요성도 급증했다. 도시전과 대량 사상자 대응이라는 현실에 맞춰 자율주행 지상 차량, 로봇 군수, 전투 의료 체계도 빠르게 발전했다. 이란과 헤즈볼라, 하마스가 핵심 기반시설을 동시에 노리면서 사이버 방어도 강화됐다.

이스라엘 드론 스타트업 엑스텐드(XTEND)는 미국 국방부로부터 수백만달러(수십억원대) 규모 계약을 따냈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전했다. 근접전용 AI 기반 모듈형 자폭 드론을 개발해 납품하는 계약이다.

이 매체는 가장 중요한 변화가 국방부와 스타트업 생태계의 관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료적 장벽이 낮아지고 조달 절차는 간소화됐다. 군은 폐쇄적이었던 방산업계에 작고 민첩한 기업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전시 긴박감 속에서 개발 주기도 크게 짧아졌다. 과거 수년이 걸리던 시험과 인증을 거친 기술이 수개월, 때로는 수주 만에 시범 운용되고 배치됐다. 이 매체는 전선 후방의 진흙 속에서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세계 방산 조달이 대형 계약업체와 장기 개발,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짜여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 전장이 빠르게 개발하고 개선하는 체계로 규정되면서 스타트업도 전략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투기를 만들지 않아도 소프트웨어와 센서, 자율체계, 전자전 능력으로 기존 구형 플랫폼 수십~수백 대의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스타트업의 방산시장 진입을 쉽게 하고 개발에서 조달까지의 간극을 줄이는 제도를 도입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AI와 자율성에 대한 관심 증대가 전쟁의 또 다른 교훈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미래 전장이 개별 플랫폼보다 센서와 무기, 통신, 정보, 자율체계를 단일한 작전 상황으로 통합하는 능력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런 변화로 이스라엘 방산기술 생태계가 더 다양하고 적응력이 높으며 작전 수요와 긴밀해졌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정치적 논란에도 세계 방산업계가 이스라엘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 군대와 기업이 협력 대상과 기술, 교훈을 적극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그 이유를 실전에서 작동하는 기술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그 대가를 인명으로 치렀다고도 짚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런 혁신 속도를 이스라엘이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10월 7일의 충격이 긴박감을 만들었지만 긴박감이 전략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는 데는 늘 뛰어났지만 대량 생산은 더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스타트업이 몇 달 만에 작동하는 체계를 만들어도 수천 대를 병사들 손에 쥐여 주는 일은 훨씬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지난 3년간의 이스라엘 전쟁과 5년째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 전 세계적 긴장이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고 짚었다. △글로벌 공급망 의존 △국내 생산 능력의 중요성 △과거에 맞춰 설계된 조달체계의 한계 등이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면서 이스라엘 방산 수출은 2024년 148억달러(약 20조원)에 이어 2025년 192억달러(약 25조9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 방산기술 기업에는 내수시장보다 훨씬 큰 기회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진짜 시험은 전시 긴박감이 사라질 때 닥칠 것이라고 했다. 제시된 과제는 △스타트업이 긴 조달 주기를 견딜 수 있는지 △투자자가 인내할 수 있는지 △기업의 혁신 속도에 맞춰 제조할 수 있는지 △긴박감이 줄어도 방위당국이 신기술을 계속 흡수할 수 있는지 등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3년이 지난 지금도 10월 7일의 유산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유산이 혁신을 가속할 뿐 아니라 기술에 대한 자신감의 한계를 돌아보게 한다고 분석했다. 위기 속에서 만든 도구가 안보뿐 아니라 안정된 미래에도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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