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동예루살렘 영사관 격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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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명령이 내려진 동예루살렘 영국 영사관 (사진=X@MOSSADil)

이스라엘과 영국이 8일 동예루살렘에 있는 영국 총영사관을 축소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이 총영사관은 ‘영국 대표부, 예루살렘(UK Mission, Jerusalem)’으로 이름이 바뀐다. 총영사를 포함한 영국 외교관 20명은 이스라엘을 떠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이날 보도했다.

합의에 따라 외교관 7명이 건물에 남아 최소 인력으로 근무한다. 건물은 영국 정부 소유다. 다만 영사관 기능은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9월 영국이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하자 영사관을 30일 안에 폐쇄하라고 통보했다. 시한은 이날 만료됐다. 이번 조치는 오랜 우방인 양국 관계를 긴장시켜 온 갈등 속에서 나왔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8일 성명에서 영국 노동당 정부가 2024년 7월 집권한 이후 이스라엘에 취한 일방적 조치가 갈수록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이에 대한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사르 장관은 “이스라엘에 맞서 행동하면서 이스라엘의 적절한 대응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는 분명한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지경에 이르길 원치 않았지만 영국 노동당 정부의 행동이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도 8일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협의한 결과 총영사관 건물이 폐쇄되지 않고 이날부터 영국 대표부로 불린다고 밝혔다. 밀리밴드 장관은 “이스라엘 정부가 영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법적 권리가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부가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필수 서비스와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리밴드 장관은 앞서 직원과 가족 일부를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합의가 없었다면 직원과 시설의 안전과 보호에 필요한 보장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표부가 이제 현지 존재감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밀리밴드 장관은 양측이 협의하는 동안 이스라엘에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이 런던 주재 이스라엘 외교관 27명을 추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5일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영국이 이런 경고를 이스라엘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는 영국 외교관도 27명이다.

로이터 기자들은 8일 영사관 직원들이 ‘영국 총영사관’이라고 적힌 명판과 영사 업무 부서 표지판을 떼어내는 모습을 목격했다. 건물 위에는 영국 국기가 계속 걸려 있었다.

사르 장관은 9월 영국의 정착촌 제재안을 ‘적대적’이라고 규정하고 일련의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영국은 제재안과 함께 △일부 무기 수출 금지 △연례 고위급 군사 대화 중단 △국제 무대에서의 이스라엘 비판을 내놓았다. 영국은 키랴트가트의 국제가자지원센터 인력 12명을 포함한 외교관과 군 인력 수십 명을 소환해야 했다.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 경찰 훈련에 참여하던 인력도 포함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익명의 이스라엘 외교관은 이스라엘의 조치가 “매우 구체적이고 매우 논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영국의 외교 인력이 이스라엘을 겨냥하는 데 활용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조치를 “일방적이고 반이스라엘적인 조치의 쇄도에 대한 논리적이고 절제된 외교적 대응”이라고 불렀다.

프랑스와 캐나다도 정착촌 제재에 동참했지만 이스라엘은 두 나라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영국이 영사관 유지를 모색하는 와중에도 폐쇄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영국은 지난주 최고위 국가안보보좌관을 이스라엘에 보내 협의했다.

영국 총영사관은 1839년 설립돼 1948년 이스라엘 건국보다 한 세기 이상 앞선다. 동예루살렘 셰이크자라 지구에 있으며 예루살렘과 서안지구,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관련 업무를 맡는다. 이곳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일 전쟁에서 점령한 뒤 병합한 지역에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는 이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 폐쇄 명령은 이스라엘 정부와의 외교 관계를 담당하는 텔아비브 주재 영국 대사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영국의 정착촌 제재와 이스라엘의 폐쇄 명령이 3년에 걸쳐 악화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저점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은 가자지구 전쟁과 서안지구 극단주의 정착민의 팔레스타인인 공격을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 이달 총선을 앞둔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는 영국 노동당이 이스라엘에 적대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유엔과 대부분의 국가는 정착촌을 국제법상 불법으로 보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부인하고 서안지구를 ‘분쟁 지역’으로 규정한다. 양국은 경제·안보·정보 분야에서 긴밀한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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