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앞두고 여야 모두 과반 미달…’재선거 악몽’ 재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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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총선에서의 라이벌인 네타냐후 총리(왼쪽)와 가디 아이젠코트 야사르당 대표(오른쪽)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다음 달 27일 치러지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진영과 반(反)네타냐후 야권 모두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선거 이후에도 정부 구성이 늦어지는 정국 불확실성이 길어질 수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분석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전체 120석이다. 정부를 구성하려면 연립정부로 과반인 61석을 채워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두 진영 모두 이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의석의 상당 부분은 아랍계 정당들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랍계 정당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연정에 참여한 전례가 거의 없다.

현재 지지율 1위는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중도 성향 야당 야샤르(Yashar)다. 야샤르는 여론조사에서 20석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은 2위로, 최근 조사에서는 18석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는 13개 정당이 출마했다. 일부 정당은 의회 진입 최소 득표율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1%도 안 되는 득표 차이가 최종 의석 구도를 크게 바꿀 수 있어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의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과반에 못 미치는 ‘소수 정부’ 수립이다. 여론조사에서 야권은 △야샤르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의 브야하드(B’Yachad) △강경 우파 이스라엘 베이테누 △좌파 민주당 등 유대계 4개 정당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예컨대 55석으로 네타냐후 진영(53석)을 앞서고, 아랍계 정당이 표결에서 기권하면 아이젠코트 대표가 총리에 오를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의회 규정상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출범한 정부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네타냐후 총리가 2022년 구성한 연정은 64석이었다. 2021년 네타냐후 총리를 잠시 끌어내렸던 베네트 정부는 61석으로 출범했지만, 이념적으로 제각각인 정당들의 내분 끝에 1년 만에 무너졌다.

야권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반네타냐후 정당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하지만, 누가 총리를 맡을지는 합의하지 못했다. 정책 성향도 우파부터 좌파까지 폭넓게 갈린다. 여권 역시 네타냐후 총리를 중심으로 뭉쳐 있지만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의 병역 의무화 문제를 두고는 입장이 엇갈린다. 하레디는 종교 공부를 이유로 오랫동안 병역을 면제받아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과반을 얻지 못해도 불리하지만은 않다. 현직 총리인 만큼 야권의 정부 구성만 막으면 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야권 정당 한 곳이 아랍계 정당 지지에 기대는 정부에 반대하도록 설득하면 야권의 소수 정부 수립은 무산된다. 이 경우 새로운 연대가 만들어지거나 재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

가일 탈시르 히브리대 정치학 교수는 “네타냐후 총리는 승리보다 상대 진영이 이기지 못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다시 집권할 기회를 얻기 위해 재선거를 치르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는 경쟁자 누구보다 강한 힘과 의지를 갖고 있어 이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야권이 과반에 못 미쳐도 할 수 있는 일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랍계 정당까지 포함하면 반네타냐후 세력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의회 과반을 차지한다. 슈무엘 로스너 이스라엘 여론조사업체 마다드 편집장과 탈시르 교수는 이 세력이 힘을 합치면 정부 구성 전이라도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아미르 오하나 크네세트 의장을 교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장이 바뀌면 야권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공격에 대한 국가조사위원회 설치 등 공약 이행에 나설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설치에 반대해온 이 위원회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강력한 독립 조사기구다. 탈시르 교수는 총리 임기 제한이나 기소된 인물의 총리 취임 금지 법안도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탈시르 교수는 아랍계 정당이 연정에서 배제되더라도 이런 표결에는 협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타냐후 정부에서 아랍계 사회의 살인 사건이 급증했고, 이들과 대립해온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치안을 맡아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아랍계 정당들은 이 절차를 결정하는 주체가 네타냐후 총리와 그 동맹 세력이 되지 않도록 필요한 일을 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드온 라하트 히브리대 정치학과장은 소수 정부가 오히려 양극화된 이스라엘 정치에 새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소수 정부는 사안마다 의회 과반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겠지만, 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가장 민주적인 형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로스너 편집장은 “선거일은 정치인들이 뛰어놀 운동장이 마련되는 날일 뿐 진짜 과정은 그 이후에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구성권을 넘겨받은 후보가 최대 42일 안에 연정을 꾸려야 한다. 로스너 편집장은 불확실성이 이어져 두 후보가 차례로 구성권을 받으면 석 달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과 맞먹는 기간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여론조사의 예상을 뒤엎은 전례도 적지 않다. 1996년 첫 총리 당선 당시 출구조사는 시몬 페레스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실제 승자는 네타냐후 총리였다. 2015년 총선에서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뒤처지다 압승을 거뒀다. 2019~2020년에는 세 차례 총선이 모두 승부 없이 끝났지만, 경쟁자 베니 간츠 당시 청백당 대표가 연정 합의에 응하면서 총리직을 지켰다.

이번에도 변수는 남아 있다. 친정부 성향의 이스라엘 채널14는 줄곧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을 예측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스라엘 채널12의 조사에서는 76세인 네타냐후 총리가 Z세대가 주로 쓰는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청년층은 기성세대보다 우파 성향이 강하다.

다만 채널12가 이스라엘 계정만 따로 분석한 결과, 네타냐후 총리와 경쟁자들의 소셜미디어 반응도는 비슷했다. 탈시르 교수는 지난 4년간 이어진 전쟁과 참사, 내부 갈등에 실망한 일부 리쿠드 지지층과 하레디 유권자들이 투표에 불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거 이후 구도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베이테누 대표가 강경 우파 오페르 빈터와 손잡고 총리직을 요구할 가능성, 아이젠코트 대표가 리쿠드나 병역 문제에서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보이는 초정통파 정당 샤스의 의원들을 끌어올 가능성 등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장관직을 내걸고 야당 일부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스라엘 국민은 이미 비슷한 혼란을 겪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사이 다섯 차례 총선을 치렀다. 과거에는 위기 속 접전 끝에 거대 양당이 손잡은 사례도 있었다. 1984년 총선에서는 각각 40석 이상을 얻은 두 거대 정당이 대연정을 구성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1위 정당조차 20석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라하트 학과장은 “잇따른 재선거라는 루비콘강은 이미 건넜다”며 “선거를 연달아 치러본 뒤에는 또 한 번 치르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젠코트 대표가 정부를 구성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가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1년과 2022년에도 정부 붕괴를 이끌어 재선거를 치르게 했다. 라하트 학과장은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미래를 건 싸움을 하고 있는 만큼 치열하게 맞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국 공백이 길어지면 안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레바논·시리아·서안지구 등 네 개 전선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2년 새 이란과 두 차례 전쟁을 치렀고, 이란은 지금도 미국과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총선 일주일 뒤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 의석이 늘어 이스라엘에 덜 우호적인 의회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짚었다. 교육 체계의 부진과 높은 생활물가도 과제다. 유권자들은 생활물가를 최대 관심사로 꼽았다.

로스너 편집장은 “이스라엘 사회가 붕괴 상태라고 보지는 않지만 심각한 과제들을 안고 있고, 안보를 위해서는 사회적 결속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선거 결과가 나온 다음 날 이란이 텔아비브를 폭격하면 어떻게 되겠나. 지금도 상황은 나쁘다. 또 한 번의 선거는 이 나쁜 시기를 2027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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