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시티의 야경과 미식의 만남 ‘예루살렘 푸드트럭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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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3일 ‘오토 오헬’ 푸드트럭 행사가 열리는 예루살렘 아르몬 하나지브 산책로. 올드시티 전경과 흥겨운 음악, 다채로운 먹거리를 함께 즐기려는 수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고대 역사와 돌담이 어우러진 예루살렘의 여름 밤하늘 아래, 색다른 미식의 장이 열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예루살렘 시청은 미식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시민과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여름 시즌 ‘오토 오헬(Auto Ochel, 히브리어로 ‘푸드트럭’라는 뜻)’ 행사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과거 길거리 간단한 요기거리에 머물렀던 푸드트럭은 이제 스타 셰프들의 실험적인 요리와 지역 전통 맛집이 만나는 고급 길거리 미식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아르몬 하나지브 산책로, 미식과 풍경이 만나는 곳

오토 오헬 행사가 열리는 곳은 올드시티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아르몬 하나지브 산책로다. 일몰 무렵이 되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예루살렘 성벽을 배경으로 수십 대의 푸드트럭이 늘어선다. 유명 셰프들의 팝업 스탠드부터 쿠르드족 전통 쿠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유대계 현지 음식, 텍사스 스타일 바비큐와 수제 버거, 디저트 트럭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을 자랑한다. 가격대 역시 부담 없는 수준(25~45셰켈 선)으로 형성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여러 트럭을 돌며 다채로운 맛을 즐긴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7시 무렵 산책로에 들어서자, 침샘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음식 냄새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올드시티 전경은 말을 잃게 만들 만큼 압도적이었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스카이라인이 노을빛에 물들고, 곧이어 푸드트럭마다 켜진 아기자기한 꼬마전구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며 현실과 과거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웅장한 역사 유적 아래에서 힙한 음악과 식욕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어우러지는 광경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호흡하는 지금의 예루살렘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전통과 현대, 그리고 코셔의 조화

예루살렘 푸드트럭 행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엄격한 유대교 음식 규율인 코셔(Kosher)를 준수하면서도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유명 유대 전통 음식점과 미슐랭 스타급 셰프들이 참여해 코셔 스타일 안에서 아시안 퓨전, 중동식 아라이스, 특색 있는 베이커리 등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전통 도시라는 예루살렘의 이미지 속에서 젊은 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활력 있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메뉴는 생선요리 브랜드 ‘하카할(הקחל)’ 푸드트럭의 생선 샌드위치였다. 평소 생선 요리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라 머뭇거렸지만, 셰프가 센 불 위에서 생선과 갖은 재료를 화려한 불꽃과 함께 볶아내는 모습에 절로 눈길이 갔다.

화려한 ‘불쇼’ 퍼포먼스를 관람한 뒤 건네받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자, 불향이 솔솔 풍기는 탱글한 생선 살과 갓 볶아낸 재료들의 풍미가 입안 가득 터져 나왔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 없이 고소함과 불맛이 어우러져,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던 고정관념마저 단번에 깨트려버린 반전의 미식 경험이었다.

생선 샌드위치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뒤, 음료 메뉴판에서 눈에 띄는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코리안 커피(Korean Coffee)’라는 메뉴였다. K-컬처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를 벤치마킹해 판매하는 듯해 반가운 마음에 호기심 반, 기대를 안고 주문해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맛보니 한국에서 즐기던 달고나 커피의 깊은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흉내만 낸 듯한 밋밋한 맛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K-푸드의 이색적인 인기를 현지 푸드트럭 한복판에서 확인한 것은 신선하고 반가웠지만, 원조의 맛을 아는 한국인으로서는 2% 부족한 섭섭함을 뒤로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문화 공간으로

예루살렘의 푸드트럭 공간은 단지 음식을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라이브 음악 공연과 야간 레이저 쇼,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이 함께 펼쳐져 도시 전체의 축제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루살렘 야경의 하이라이트인 대형 레이저·음악 쇼 ‘하이 라이트 JLM(High LIGHT JLM)’을 현장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푸드트럭 축제의 풍성함을 완성하는 요소다.

예루살렘시는 안식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음악에 맞춰 밤하늘을 수놓는 대형 레이저 쇼를 하루 2~3회(오후 8시 30분, 9시 30분 등) 선보이고 있다. 마침 푸드트럭 행사가 열리는 산책로가 이 레이저 쇼의 메인 관람 구역과 맞닿아 있어, 방문객들은 한 손에 음식을 든 채 밤하늘과 올드시티 전경을 동시에 물들이는 빛의 연출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수놓아지는 화려한 레이저, 공간을 채우는 웅장한 음악, 그리고 잔디밭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예루살렘의 여름밤을 한층 특별하게 만든다.

‘오토 오헬’ 푸드트럭 행사는 이제 매년 여름 예루살렘 시민들이 기대하는 대표적인 시즌 미식 축제이자, 시각과 청각, 미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독특한 야간 문화 콘텐츠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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