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 타마르에서 에인 우지까지, 예루살렘 아미나다브숲 ‘샘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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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아미나다브숲 ‘샘들의 길’ 산책로 초입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저 멀리 하다사 병원이 보인다. (사진=신나라/KRM NEWS)

예루살렘 시내에서 차로 20분이면 닿는 예루살렘 서쪽 산지에는, 도심의 소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소나무 숲과 마른 계곡, 그리고 여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샘들이 이어지는 산책로가 숨어 있다. 하다사 에인 케렘 병원과 모샤브 에벤 사피르 사이 산길을 따라 펼쳐지는 이 구간은 ‘샘들의 길(שביל המעיינות)’이라 불리는 예루살렘 산지 트레일의 일부로, 에인 암미나다브, 에인 우지, 에인 타마르, 에인 사리그 등 크고 작은 샘들을 잇는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에서도 에인 샤리그 주차장에서 출발해 에인 타마르와 에인 우지까지 오르는 구간을 소개한다.

코스 한눈에 보기

  • 출발지: 에인 샤리그(עין שריג) 또는 얄 프두에이 하쉬비(יער פדויי השבי) 를 네비게이션에 찍고 가다보면, 3875번 도로에서 벗어나 비포장도로에 들어선 직후 표지판과 함께 주차공간이 있다.
  • 거리: 약 3km (왕복)
  • 소요 시간: 약 1시간
  • 난이도: 하 (가족 단위 가능, 유아 동반 가족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수준)
  • 경로 표시: 초록색 트레일 표식

출발지의 이야기 – ‘포로 귀환자들의 숲’

가나안도그 ‘조이’도 새로운 길 탐방에 신이 났다. (사진=신나라/KRM NEWS)

주차장은 하다사 에인 케렘 병원에서 에벤 사피르로 이어지는 진입로 변에 위치하며, 내비게이션 앱에서는 ‘에인 사리그(עין שריג)’로 검색하면 찾기 쉽다. 주차장 초입에는 이스라엘 종주길 표식과 트레일 안내도가 함께 설치되어 있다.

트레일이 시작되는 얄 프두에이 하쉬비 숲은 이름부터 사연을 품고 있다. ‘프두에이 하쉬비’는 히브리어로 ‘포로 귀환자들’이라는 뜻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에 자원입대해 복무하다 독일 나치군의 포로가 된 유대인 병사 약 1500명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숲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건국 이전 팔레스타인 지역에 거주하던 유대인 공동체 ‘이슈브’ 출신으로, 그리스 전투 중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고, 이후 4년간 포로수용소 생활을 견뎌야 했다. 일부는 포로 생활 또는 탈출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대부분은 1945년 종전과 함께 이 땅으로 돌아왔고, 이후 이스라엘 독립전쟁에도 참여했다. 이스라엘 산림청(KKL)이 세운 안내판이 주차장 인근에서 이 사연을 전하고 있으며, 매년 유가족 모임이 이곳에서 추모식을 연다.

첫 번째로 만난 샘, 에인 타마르. 방문 당시는 건기여서 말라 있다.

숲을 지나 첫 번째 샘, 에인 타마르로

주차장에서 초록색 표식을 따라 트레일 길로 들어서면 초반부는 소나무 숲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흙길이 이어진다. 옆으로는 하다사 병원과 에벤 사피르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이어진다. 약 1km가량 걸으면 첫 번째 샘인 에인 타마르(עין תמר)에 닿는다. 물이 차 있어야 할 것 같은 웅덩이와 함께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기 좋은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만, 건기인 8월에 방문한 탓에 말라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KKL에 따르면 물은 바위 안쪽에서 솟아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저장지로 흘러든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비잔틴 시대의 대형 공공건물 흔적도 확인됐으며, KKL은 교회나 수도원과 관련된 시설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번째 샘, 에인 우지

에인 타마르에서 다시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 300m 남짓 걸으면 샘길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에인 우지(עין עוזי)에 도착한다. 수심 약 1.5m의 아담한 샘물 웅덩이로, 일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깊이가 깊지 않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특히 늦봄과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히기 좋은 지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곳의 매력은 샘만이 아니다. 나무 사이로 시야가 열리면 에벤 사피르와 하다사 에인케렘 일대, 그리고 예루살렘 서쪽 산악지대의 능선이 펼쳐진다.

두 번째로 만난 샘, 에인 우지. 서예은 기자가 물 저장지 벽에 걸터앉아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신나라/KRM NEWS)

산비탈을 자세히 바라보면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돌담들도 보인다. 오래전 이 지역 주민들이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고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계단식 농경지, ‘테라사’의 흔적이다.

이번 길은 여기에서 발길을 돌린다.

돌아가는 길은 올라올 때와 같은 길이지만 풍경은 조금 다르다. 올라올 때 지나쳤던 돌담과 오래된 수로, 숲 사이로 열린 계곡이 이번에는 정면으로 들어온다.

거대한 유적이나 유명 관광지는 없다. 대신 몇 킬로미터 남짓한 길 위에서 고대의 물 저장시설과 계단식 밭, 오늘날까지 흐르는 산속의 샘을 차례로 만난다.

이스라엘을 여행하면 고대 도시는 흔히 박물관이나 발굴 현장에서 만난다. 하지만 이곳에는 전시장이 없다. 돌담은 여전히 산비탈을 붙잡고 있고, 1,500년 전 사람들이 물을 모았던 웅덩이에는 지금도 비가 오면 물이 고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오늘날의 사람들이 걷는다. 역사를 보기 위해 멈춰 서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 위를 직접 걸어가는 길이다.

다녀오기 전 알아두면 좋은 것들

  • 입장료: 없음
  • 최적 시기: 샘물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가 좋다. 겨울 우기 직후에는 계곡물이 불어날 수 있으니 주의한다.
  • 준비물: 산길 특성상 발목을 감싸는 운동화나 등산화, 충분한 식수,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는 것이 좋다. 예루살렘 산지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므로 봄가을에는 얇은 겉옷도 도움이 된다.
  • 주변 연계 코스: 에인 우지에서 서쪽으로 트레일을 계속 이어가면 에인 스타프(עין הסטף)와 스타프 국립공원 방향으로도 산행을 확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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