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이 끝난 이후를 대비해 이란을 견제할 지역 동맹을 구축하고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하는 내용의 종전 후 구상을 마련하고 있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4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에게 이란과의 전쟁 이후 중동에서 “훨씬 더 큰 무언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 2명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 구상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오는 10월 27일 이스라엘 총선과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에야 시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요리는 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며 초안을 확정하기까지 앞으로 몇 주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구상은 명목상 종전 후 전략으로 짜였지만, 정작 미국이 반년 넘게 이스라엘과 함께 벌여온 이란과의 전쟁 자체를 미국이 원하는 조건으로 끝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상의 핵심은 미국이 보증국 역할을 맡는 지역 동맹을 새로 결성하는 것으로, 정통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가자지구 하마스 무장해제 계획을 지역 차원에서 이행하려는 노력도 포함된다. 이 계획은 미국 주도로 출범해 가자지구 정전을 감독해온 다국적기구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가 마련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구상에는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안보 협정 체결, 그리고 미국 중재로 성사된 이스라엘·레바논 기본합의의 추가 이행 방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안 모두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레바논 내에 설정해 둔 완충지대에서 철수하는 것을 사실상 전제로 한다.
구상은 아브라함 협정 확대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거론돼 온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국교 정상화가 핵심으로 꼽힌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로 이어지는 ‘되돌릴 수 없는 경로’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정치적 경쟁자들 다수는 이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어 실현이 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소식통은 “핵심은 전쟁 이후 어떻게 지역적 정렬을 만들어낼지, 지역 내 여러 사안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라며 “미국의 모든 역내 동맹국이 여기에 동참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다가오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선거 결과가 이 구상의 성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예루살렘에 누가 집권하든 행정부는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충돌을 “별것 아니다”라고 표현하며, 최근 몇 달간의 산발적 공방을 두고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옹호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전날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 납세자에게 375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치르게 하고 미군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전쟁의 강도를 낮춰 평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한다”며 “나는 이걸 군사적 충돌이라고 부른다. 우리 입장에서는 별것 아니기 때문이다. 큰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밴스 부통령은 전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을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겠다며, 반년째 이어지는 이번 충돌이 11월 3일 중간선거 전에 끝날지에 대한 전망도 피했다.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근소한 우위에 있는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려 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나는 이것을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겠다”며 “지금 이 순간 실제 교전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밴스 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목요일 당일, 이란은 앞서 있었던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의 걸프 우방국인 쿠웨이트를 향해 발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전쟁에서 발생한 미군 사망자 수가 최근 다른 전쟁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습만 감행했을 뿐 이란 지상에 병력을 투입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도 작전을 벌였고 이번에도 벌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단 한 명도 잃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18명을 잃었다. 베트남 전쟁에서는 10만 명을 잃었고, 다른 분쟁들에서도 수만 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베네수엘라 작전은 지난 1월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붙잡아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하기 위해 뉴욕으로 이송한 군사작전을 가리킨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기록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으로 사망한 미군은 총 5만8220명이다.
한 기자가 미군 18명이 숨졌는데도 “별것 아니다”라고 표현한 이유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몇 주면 끝날 것이라고 했던 이번 전쟁이 결국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다. 만약 가졌다면 여러분은 아마 지금 여기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