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20일 할릴 알하야를 새 수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알하야는 이 조직 정치국 가자지구 수장을 지냈으며, 이번 선거에서 원로 지도자였던 할레드 마슈알 전 하마스 수장을 꺾고 최고위직에 올랐다. 마슈알과 달리 이란 정권과 가까운 알하야의 당선은 이스라엘 파괴를 공언해온 이란과 하마스의 밀착 관계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하야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주도 공격과 대학살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 휴전·인질석방 협상에서 하마스 측 수석 협상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2024년 야히야 신와르 전 수장 사망 이후 하마스를 이끌어온 5인 지도부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알하야는 1960년 가자시에서 태어나 평생을 가자지구에서 보냈다. 그는 2023년 10월 7일 공격 며칠 전 하마스 정치국 고위 인사들과 함께 가자지구를 떠나 카타르로 이주해 지금까지 그곳에 머물고 있다. 그는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발생한 이스라엘의 논란 많은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지만, 이 공습으로 아들 한 명을 잃었다. 다른 아들 한 명도 올해 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숨졌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AFP통신에 “할릴 알하야가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선출됐다”며 그가 다음 주 공식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치국은 며칠 안에 이스탄불에서 회동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도부 재편에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 5인 지도부가 해체되며, 위원들이 하마스 최고 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하마스 내부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정치·군사 지도자 암살로 인한 어려운 안보 상황 때문에 극도로 복잡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선거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알하야가 마슈알을 상대로 얼마나 차이로 승리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 측도 알하야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선언했다.
신와르 사망 전까지 알하야는 그의 부관으로 사실상 하마스 정치국 가자지구 부수장 역할을 해왔다. 신와르 사망 후 하마스는 별도의 내부 선거 없이 그를 가자지구 내 지도자로 지칭해왔다. 전쟁 기간 알하야는 하마스를 대표해 주요 순간마다 카메라 앞에 나서 연설하며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휴전 협상을 이끌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재러드 쿠슈너와도 관계를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노선과 관련해 알하야는 기존 노선을 이어가며 이란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최대 경쟁자였던 마슈알은 이란과 관계가 틀어진 뒤 걸프 아랍국가들과의 관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의 관계 개선을 선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하야는 가자지구가 폐허가 되고, 하마스의 무장해제 거부와 이스라엘의 10월 선거 이후로 철군 결정을 미루려는 입장이 맞서며 가자 휴전 2단계 이행 협상이 사실상 완전히 교착된 상황에서 지도부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10월 타결된 미국 주도 합의 1단계에서는 하마스가 억류 중이던 마지막 이스라엘 인질들이 팔레스타인 보안수감자들과 맞교환됐다. 2단계는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국제안보군 배치를 규정하고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행정기구가 먼저 수립돼야 무기 이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자지구 종전 이후 통치 문제는 2단계 이행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재집권에 반대하는 동시에, 테러 지원 의혹을 제기해온 라말라 소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직접 통치에도 반대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를 통해 구성된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조직인 가자행정위원회(NCAG)에 가자지구 행정권을 공식 이양했다. 가자행정위원회는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알리 샤스가 이끌고 있다. 가자행정위원회는 이스라엘의 반대로 몇 달째 가자지구 밖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행정권을 기술관료 조직에 넘길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2007년 라이벌 조직 파타로부터 무력으로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래 하마스의 상당한 정치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 조치의 의미를 축소하며 “아무 의미 없는 겉치레”라고 평가절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