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무장세력 후티에 대한 공습 준비를 지시했다가 실행 직전 취소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약 2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듭된 군사 지원 요청을 저울질했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개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참모들에게 공습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17일 빈살만 왕세자와 통화한 뒤 입장을 바꿔 미국 국방부(펜타곤)에 후티 표적 공습 준비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낮 다시 마음을 바꿨다. 당시 군 지휘부는 표적 목록을 이미 승인했고, 병사들은 투입 예정 항공기에 폭탄을 싣고 있었다. 첫 공습이 임박한 시점이었다고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이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국제 통신사 로이터도 21일 미국이 사우디의 재차 요청에 따라 공습을 검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취소했다고 별도로 보도했다. 다만 뉴욕타임스 보도의 모든 세부 내용을 독자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관련 질문을 백악관에 넘겼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고 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사우디와 방위 협정을 맺고 있으며 동맹을 언제나 지킬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사우디가 미국의 개입을 요청한 것은 후티의 재개된 공세로 예멘 내 전선이 확대되고 사우디에 대한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후티는 예멘의 홍해 연안을 장악하고 전략적 요충지인 타이즈주와 라헤지주 고원지대로 진격하고 있다.
이 같은 진격은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세력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길목 중 하나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해상 운송의 불안도 커질 수 있다.
후티는 주말 사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군은 수도를 겨냥한 미사일을 요격했으며 다른 지역의 추가 공격도 저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 대다수는 사우디의 대후티 전쟁에 참여하는 데 회의적이거나 직접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뉴욕타임스에 이란과의 전쟁에 이미 투입된 미군에 또 다른 장기 군사작전이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미군 당국자는 이란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사우디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는 5월 미국이 추진한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 계획도 자국 영공과 사우디 내 미군 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막았다.
전·현직 미국 외교관과 군 지휘관들은 추가 공습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제한적인 공습만으로 후티가 협상에 나서거나 요구를 접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지상군이 미국의 공습 성과를 활용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레이 잉스트 미국 폭스뉴스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후티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티가 지금까지 미군을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도 말했다.
후티는 2025년 5월 미국의 이전 공습이 끝난 뒤 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췄다. 미국 당국자는 미국이 공습을 재개하면 이 양해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국은 2025년 봄 50일 넘게 후티를 공습했다. 홍해 항행의 자유를 회복하고 상선과 미 군함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 기간 방공 시스템, 레이더, 탄도미사일 기지, 드론 발사 지역, 사나 인근 드론 생산 시설 등 1000곳 넘는 표적을 타격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첫 한 달에만 약 10억달러 상당의 미국 무기와 탄약이 소모됐다. 후티는 공격을 이어갔고 미군 드론 여러 대를 격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가 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추기로 약속했다며 공습 시작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작전을 갑작스럽게 끝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일단 직접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후티가 진격하고 사우디가 미국의 군사 지원을 요청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과의 대치에서 리야드의 협조도 필요로 하고 있어 예멘 개입 여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