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유대인 수천명이 23일 예루살렘 성전산을 찾아 티샤베아브를 기렸다. 유대력으로 아브월 9일인 티샤베아브는 고대 유대교 제1·2성전이 파괴된 것을 애도하며 금식하는 날이다. 이날 참배객 중 일부는 성전산에서 공개적으로 기도했으며,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참배객 가운데 있었다.
유대인의 성전산 참배를 지지하는 단체 베야데누의 대변인은 정오까지 약 3000명이 성전산을 찾았으며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도 수백명에 달한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밝혔다. 그는 오후에도 수백명이 추가로 성전산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성전산 서쪽에서 기도하다 적발돼 체포된 인원이 약 12명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성전산 동쪽에서의 유대인 기도는 사실상 허용하고 있지만, 서쪽에서의 기도는 여전히 단속 대상이다. 그는 참배객이 워낙 많아 서쪽에서 기도한 사람 중 실제 체포된 인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성전산은 유대교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로, 성경에 나오는 두 개의 성전이 있던 자리다. 같은 부지에 있는 알아크사 모스크는 이슬람교 3대 성지 중 하나이며, 무슬림에게는 ‘고귀한 성소’로도 불린다. 이 때문에 성전산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핵심 화약고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에서 요르단으로부터 성전산과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점령했지만, 이후에도 요르단 소속 종교재단인 와크프가 성전산의 종교적 관리 권한을 계속 행사하도록 허용했다. 1994년 양국이 맺은 평화조약에서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이슬람 성지에 대한 요르단의 ‘특별한 역할’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무슬림은 별다른 제약 없이 성전산에서 기도하고 출입할 수 있는 반면, 유대인을 포함한 비무슬림은 정해진 시간대에 단일 출입구를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고 기도는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불문율이었다. 종교색이 뚜렷한 유대인 참배객은 정해진 동선만 걸을 수 있으며 경찰이 밀착 동행해왔는데, 우파 활동가들은 이를 차별이자 신앙의 자유 침해라고 반발해왔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도 기도서를 들고 성전산에서 공개적으로 기도했다. 그는 지난해 티샤베아브를 비롯해 여러 차례 같은 행동을 해왔다. 경찰은 이날 유대인 참배객들이 티샤베아브 관련 종교 물품을 성전산에 반입하는 것도 허용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보라, 지금 여기서 유대인들이 기도하고 있고 이곳의 주인이 자신들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이 땅의 주권자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으며, 신의 도움으로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참배를 두고 요르단은 강하게 반발했다. 요르단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참배가 성전산의 “역사적·법적 현상유지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요르단 외무부는 “각료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원, 극단주의 정착민들의 지속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침입”이라고 규정하며, 이런 참배를 용인한 이스라엘 경찰에 대해서도 “이러한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전산은 “오직 무슬림만을 위한 예배 장소”라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이런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측도 비슷한 내용의 규탄 성명을 냈다.
벤그비르 장관은 취임 이후 성전산을 열 차례 넘게 방문했으며, 그동안 티샤베아브 참배 자리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아왔다. 이날 밤까지 이어진 티샤베아브는 성전 파괴 외에도 유대 역사상 같은 시기에 벌어진 여러 재난을 함께 기리는 날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