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마스 무장해제 압박 이스라엘 총선 이후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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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병사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이스라엘과 여러 중재국 외교관들이 미국의 하마스 무장해제 추진 일정이 예정보다 크게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러드 쿠슈너 미국 특사가 지난달 제시한 ’30일 내 착수’ 시한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쿠슈너 특사는 지난달 17일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며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빠르면 30일 안에 무기를 반출하는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당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를 넘겨받을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위원회에 첫 무기를 인도하는 상징적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전했다.

하지만 쿠슈너 특사의 발언 이후 3주가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중재국 외교관 3명은 이 시한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전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가 마련한 무장해제안에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쿠슈너 특사는 애초 이 무장해제안 추진에 이스라엘의 승인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미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가자전쟁 종식을 위한 20개 항 계획을 승인했다는 이유에서다. 무기 인도는 하마스와 평화위원회가 관리하는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위원회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이스라엘에는 인도적 상황 안정화 등 20개 항 계획에서 이미 약속한 사항만 이행하면 된다는 게 쿠슈너 특사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20개 항 계획과 15개 항 무장해제 로드맵 모두 모든 당사자가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즉각적 위협을 가하는 테러 조직원들을 겨냥한 작전이라며 거의 매일 공습을 이어가고 있어, 이 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 1년간 하마스가 평화위원회의 무장해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데 집중하며 이스라엘의 공습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하마스가 지난 7월 30일 이 방안을 승인하자, 미국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폭격 중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쿠슈너 특사는 지난달 예루살렘 방문 당시 네타냐후 총리에게 최소한 실제 임박한 위협에 대한 공습으로 범위를 제한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그동안 내세워온 공습 명분을 상당 부분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주도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가담한 조직원들을 계속 추적해야 한다는 총리의 입장을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평화위원회 특사는 지난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쿠슈너 특사의 불만을 대변하듯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믈라데노프 특사는 “탄약고를 한 번 더 타격한다고 하마스의 재무장이나 가자지구 장악력 강화가 저지되겠느냐”며 “이는 비무장화만 지연시키고, 향후 재무장을 막기 위해 필요한 민간 이양 과정을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평화위원회의 한 소식통은 하마스가 무장해제 과정에서 속임수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위원회도 잘 알고 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지난달 회동에서 쿠슈너 특사에게 같은 우려를 여러 차례 밝혔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그래서 전체 절차가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해 있다. 이스라엘은 특정 지역의 무장해제가 검증된 뒤에만 그곳에서 철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역을 동서로 가르는 이른바 옐로라인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려면 가자지구 전체의 무장해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화위원회는 기존의 단계적 무장해제 방식을 선호하면서도, 다른 대안적 무장해제 틀도 검토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깊숙한 곳에서 작전을 이어가며 고위 테러 조직원은 물론 민간인 희생자도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하마스는 이런 조건에서는 무기를 넘길 의사가 없다고 중재국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동 중재국 외교관은 “이스라엘이 완전히 무시하는 제안을 하마스에만 지키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평화위원회 소식통은 하마스 역시 무장해제안을 승인한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거리 곳곳에 무장 대원을 계속 배치해 반대 여론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중동 중재국 외교관은 쿠슈너 특사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불만을 느끼면서도, 이스라엘이 공습을 멈추지 않을 경우 지원을 끊겠다는 식의 압박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교관은 미국이 오는 10월 27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총선이 끝날 때까지 평화위원회의 무장해제 추진을 사실상 보류하기로 한 상태라고 밝혔다. 협상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소식통은 추진을 미루라는 별도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라면서도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에 아직 이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새로 창설되는 팔레스타인 경찰 병력 수천 명이 이집트에서 훈련받기 위해 가자지구를 떠나는 것을 막고 있다. 평화위원회가 무장해제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되더라도, 하마스 대원들이 무기를 넘길 상대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나마 진전이 있는 분야는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에서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고 무장해제 과정을 지원할 국제안정화군(ISF) 배치 문제다. 우간다 병력 약 1200명과 부룬디 병력 500명, 여기에 모로코·코소보·알바니아·카자흐스탄에서 파견되는 수백 명이 추가로 배치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5월 국제안정화군 참여 논의를 중단했던 인도네시아도 다시 평화위원회와 협의를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제안정화군의 실제 가자지구 배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의 추가 승인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7월 말 네타냐후 총리실은 안보내각이 모로코·우간다 등 ‘우호국’ 병력의 제한적 진입을 승인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8월, 네타냐후 총리실은 국제안정화군의 가자지구 진입을 사실상 승인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다시 냈다. 7월과 8월 사이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크네세트 총선이 임박해오고 있다는 점만 그사이 변화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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