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 재개 여부를 놓고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스라엘 채널12와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 소속 바라크 라비드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나에게 큰 결정이 다가오고 있다. 이란 정권을 완전히 섬멸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매우 큰 결정이다. 나와 관련해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2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 걸프국 정상들과 만나기 며칠 앞두고 나왔다. 이란과의 전쟁을 둘러싼 향후 방향이 이 회동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걸프국들의 입장을 먼저 확인한 뒤 이란에 대한 다음 조치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며 “우리는 그동안 그들을 매우 보호해왔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위협 제거, 이란 정권 불안정화, 역내 대리세력 약화를 목표로 내걸고 이란에 대한 전쟁을 시작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역내 곳곳에 보복 공격을 가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지나던 이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줬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군사충돌은 지난 4월 초 이후 대체로 멈춘 상태이나, 지난 6월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보복하지 말라고 요청하며 무마된 사례가 한 차례 있었다. 이후에도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간헐적으로 긴장이 고조돼 왔으며, 그 여파는 특히 걸프국들이 떠안아 왔다.
미국 당국자들은 현재의 군사적 대치 상태를 무기한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라비드 기자에게 익명을 전제로 발언한 한 당국자는 “어느 시점에는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비드 기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조치에 대한 결정을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내릴지, 아니면 그 이후로 미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규모 군사작전이 사실상 멈춘 사이 미국은 대신 경제적 압박과 제재를 동원해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도록 압박해왔으나, 이란은 아직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7일 이란의 제재 대상 금융업자 바박 잔자니가 통제하는 가상화폐거래소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 거래소가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대금을 처리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에 따르면 비트뱅크로 불리는 이 거래소는 수억달러를 이란 혁명수비대에 흘려보냈으며, 디지털자산을 이용한 이란의 제재 회피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거래소는 이란이 새로 설립한 ‘호르무즈 안전해상서비스국’에 지불된 자금을 이전하는 데도 사용됐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이 기구는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들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통항료 명목의 대가를 받기 위해 새로 만든 조직이다.
잔자니는 이란의 제재 회피망에서 오랫동안 핵심 인물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그는 2016년 횡령 혐의로 이란 당국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024년 감형됐고, 이듬해인 2025년 이란 정부의 경제 프로젝트 후원자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제재는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이란의 금융·상업·물류망을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재무부의 대이란 제재 캠페인 ‘이코노믹 아웃캐스트’ 작전의 일환이다. 이 작전은 그동안 이란의 불법 원유 거래, 금융 중개업체, 환전소, 해운·항공·위장회사 등을 표적으로 삼아왔다. 미국은 이와 함께 비트뱅크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피쉬타즈 시모르그 전자무역회사와 잔자니의 측근 3명, 호세인 알리 자케르 호세인, 모하마드 마흐디 자케르 호세인, 세예드 아델 헤이다리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7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과 미국의 압박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이란 대표단의 참석을 허용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주최국으로서의 의무에 따라 이란 정권의 핵심 대표단은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에 참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 조치가 이란 대통령의 참석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이란 대표단은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는 없다. 국무부 대변인은 “대표단은 이동 제한을 받게 되며, 우리 정책에 따라 사치품 등의 구매도 금지된다”며 “이번 대표단 규모는 지난해보다 축소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 대표단의 입국은 허용하면서도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인사들의 입국은 막아, 압바스 수반은 2년 연속 화상으로 총회 연설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