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무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F-35 스텔스 전투기 48대를 243억달러 규모로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성사시킨 최대 규모 무기 구매 중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랫동안 F-35 도입을 희망해왔다. 그러나 현재 중동에서 유일하게 F-35를 운용 중인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사우디와의 국교 정상화 추진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F-35의 사우디 판매에 우려를 표해왔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에서 “이번 판매 승인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본토 방어를 강화하고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임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어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작전용 항공기를 보강하고 공대공·공대지 자위 능력도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이번 판매 계획을 의회에 통보했으며, 실제 판매가 성사되려면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전투기 인도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무부는 이번 F-35 판매가 “역내 군사균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잠재적 역내 적대국들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오랜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그동안 나토(NATO) 회원국인 일부 유럽 동맹국과 이스라엘 등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한해서만 F-35 판매를 허용해왔다. 워싱턴은 2019년 튀르키예가 러시아산 방공시스템을 도입하자, 러시아가 이를 통해 F-35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로 튀르키예를 F-35 프로그램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
워싱턴은 이번엔 중국의 기술 유출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미 정보당국 분석가들이 중국이 사우디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F-35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이번 주 보도했다.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우려를 근거로 판매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우리 정보당국이 이 판매가 미국 군사기술의 정수를 중국 공산당의 손이 닿는 곳에 둘 수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에서 판매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F-35 판매는 올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진행한 일련의 대규모 무기 구매 중 최신 사례다. 국무부는 이달 초 2000파운드(약 907㎏)급 고위력 폭탄을 포함해 1만발 이상의 폭탄을 50억달러 규모로 사우디에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워싱턴은 이달 들어 전차 엔진 60기와 관련 장비를 7억5000만달러 규모로 사우디에 판매하는 것도 승인했다. 지난 7월에는 로켓을 정밀유도무기로 전환하는 유도장치를 19억6000만달러 규모로 판매하는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2월 이후 이란군으로부터 반복적으로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아왔다.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으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다.
수년간 소강 상태였던 예멘 내전은 7월 들어 후티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리야드 지지 정부 간 교전이 재개되며 다시 격화됐다.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봉쇄를 선언하고 홍해에서 사우디 선박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워싱턴은 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한 미국 당국자는 이번 주 미군 태스크포스가 사우디군에 대한 정보 공유와 작전 계획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