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국무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F-35 전투기 판매를 승인하면서, 이번 거래가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너선 루헤 유대인국가안보연구소(JINSA) 미국전략 담당 연구위원은 17일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를 인도받기 전에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우위'(QME) 문제와 사우디의 역내 안보체계 편입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17일 사우디아라비아에 F-35A 라이트닝Ⅱ 전투기 48대와 프랫앤휘트니 F135 엔진 49기, 관련 장비·훈련·지원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추정 거래 규모는 243억달러(약 33조원)에 달한다. 이는 아직 최종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미국의 무기수출 절차와 의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국무부는 이번 거래가 사우디의 위협 억지력과 미군·동맹군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한편, 역내 군사 균형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중동에서 유일하게 F-35를 운용하는 국가다.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우위(QME) 보장은 단순한 정치적 약속이 아니라 2008년 미국 의회가 법으로 명문화한 사안으로, 역내 주요 무기 판매가 이스라엘의 위협 대응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 정부가 반드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루헤 연구위원은 이 문제를 개별 기체의 성능을 따지는 기술적 사안이 아니라, 사우디를 미국 주도의 역내 방위체계에 편입시키는 더 큰 틀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F-35 프로그램 전체가 미국 주도의 집단방위를 뒷받침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루헤 연구위원은 “미국은 사우디를 새로운 역내 안보체계에 편입시키는 데 주도력을 보여줘야 하고, 리야드 역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입증해야 이번 판매가 성사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우위는 이 같은 역내 통합 과정에서 핵심 변수이며, 사우디에 대한 F-35 판매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루헤 연구위원이 꼽은 두 번째 쟁점은 사우디와 중국의 국방·기술 협력 관계다. 그는 “미국의 무기 판매와 안보 협력의 대가로, 워싱턴과 리야드는 사우디·중국 간의 우려스러운 국방·기술 유대관계를 공식적으로 끝내는 포괄적 합의를 이제라도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6일 미 정보당국이 내부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이 사우디 내 첩보 활동이나 베이징과 리야드 간의 기존 군사·안보 관계를 통해 F-35의 민감한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중국의 사우디 군사시설 접근 실태와 사우디의 중국산 통신기술 사용 현황을 조사했으며, F-35의 민감 장비가 배치될 시설의 보안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 정보당국은 사우디가 중국군·정보기관 인력과의 접촉을 제한하고, 민감 시설에서 중국산 통신장비를 철거하는 데 동의할지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을 둘러싼 이 같은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아브라함 협정 체결 이후 추진됐던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F-35 판매 협상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걸림돌로 작용한 바 있다.
루헤 연구위원은 다만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상당한 협상력을 쥐고 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줄 수 없는 훨씬 많은 것을 사우디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F-35는 스텔스 성능과 첨단 센서, 전자전 능력, 네트워크 기반 전투체계를 결합한 미국의 대표적 첨단 무기체계다. 이번 사우디 판매 패키지에는 보안통신 및 암호장비, 전자전 데이터베이스 지원, 훈련,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 군수지원 등이 함께 포함될 예정이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본사를 둔 록히드마틴이 기체 제작을, 프랫앤휘트니가 엔진 공급을 각각 맡는다.
루헤 연구위원은 이 같은 이유로 “사우디에 대한 F-35 판매는 이 두 가지 핵심 쟁점이 먼저 해결되지 않는 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JINSA에서 미국전략을 담당하기 전 초당적정책센터(BPC)에서 중동 및 옛 소련권 안보 문제를 다뤘으며, 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포린폴리시·디스패치 등에 기고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