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막절이 되면 예루살렘 곳곳은 활기를 띤다.
학교가 쉬고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명절 기간, 사람들은 집을 나서 공원과 박물관, 문화공간 등으로 향한다. 올해 초막절에도 예루살렘 곳곳에서는 가족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고, 거리를 오가는 가족 단위의 인파도 쉽게 눈에 띄었다.
그 가운데 자연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축제가 있다. 바로 ‘그린 인사이드 앤 아웃(Green Inside & Out, 안과 밖을 푸르게)’이다.
도시와 자연의 공존
올해로 6회를 맞은 ‘그린 인사이드 앤 아웃’은 기후위기와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예루살렘의 다양한 지역 공동체와 환경 관련 활동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축제이다. 한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곳곳에 자리한 커뮤니티 가든과 공원, 기관 등이 각자의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열고 인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행사가 유대인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초막절 기간에 열리는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초막절은 과거 광야 생활을 기억하며 야외에 나뭇가지로 ‘초막(수카)’을 짓고 일주일간 머무는 절기이다. 학교가 쉬는 연휴라 가족이 함께 움직이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지만, 집 밖으로 나와 하나님의 은혜를 되새기는 절기라는 점에서 도심 속 자연을 가꾸고 지속가능성을 조명하는 이 축제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다.
콘크리트 틈새를 채우는 초록 숨결, 커뮤니티 가든

이 축제의 핵심 무대가 되는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의 빈 공간이나 유휴 공간을 일구어 만든 ‘공동 정원’이다. 단순한 공원이나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화단과는 다르다. 주민들이 직접 공간을 가꾸고, 식물을 심고, 흙을 일구며, 그곳에서 교육과 문화 활동까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현재 예루살렘 시내에는 무려 70곳이 넘는 커뮤니티 가든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예루살렘 시와 시민 단체들은 도심 안에서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커뮤니티 가든에서는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식물을 기르고, 퇴비와 재활용 등을 활용해 자원을 순환시키는 활동도 이루어진다. 정원에 따라 빗물 활용이나 친환경적인 재배 방법을 적용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 생태계를 가꾸고 있다.
초막절 기간 곳곳에서 이뤄지는 친환경 활동
행사 기간 동안 각 마을의 커뮤니티 가든은 흥미로운 친환경 체험장으로 변신하며, 마을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키르야트 요벨에서는 도심 속 야생조류들이 안전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나무 상자와 자연 소재로 직접 새둥지를 짓는 워크숍이 열렸고, 나르키스에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이나 목재, 폐밀짚 등을 활용해 개성 넘치는 화분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공예가 진행됐다.
하르 호마에서는 쓰지 않는 물건, 옷, 책 등을 들고 나와 이웃과 나누고 재사용하는 친환경 중고용품 장터가 마련됐으며, 아르노나에서는 나뭇잎과 꽃잎에서 추출한 천연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흙을 만지는 다감각 예술 체험을 선보였다. 이외에 자신이 직접 키운 식물의 씨앗을 이웃과 교환하고, 친환경적으로 병충해를 예방하는 법을 배우는 가드닝 교실 등 그야말로 다채로운 활동들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가젤 밸리 방문기: 도심 한가운데서 만난 생태 낙원

축제의 무대는 커뮤니티 가든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심 속 거대한 야생 생태 공원인 ‘가젤 밸리’ 같은 주요 자연 공간들까지 모두 행사 취지에 맞게 하나의 커다란 축제 장소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행사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한 가젤 밸리에는 명절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손을 잡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벤치에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까지, 연못가를 거니는 도심 야생 가젤들의 여유로운 모습과 아이들의 들뜬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장관을 이뤘다.
공원 한편을 둘러보니 페이스페인팅 부스가 열려 있어, 아이들이 얼굴에 꽃과 나뭇잎 그림 등 아기자기한 문양들을 그리고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여자분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에게 눈을 맞추며 무언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그 옆 테이블에서는 찰흙 공예 체험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에 찰흙을 묻혀가며 앙증맞은 거북이를 정성껏 주물러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찰흙으로 완성된 거북이를 뿌듯하게 들어 보이며 부모에게 자랑하는 아이들의 미소 속에서, 이 도심 속 자연 공간이 주는 따뜻한 교육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예루살렘의 ‘그린 인사이드 앤 아웃’은 단순히 하루를 즐기는 이벤트를 넘어선다. 도심 속 작은 정원부터 가젤 밸리 같은 생태 공원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체험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