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영화 ‘나자’에 익명으로 증언한 군인들을 형사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을 다룬 이 영화에 출연한 군인들이 허위 비방과 군사기밀 누설에 관여했다는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법무장관,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IDF) 참모총장(중장), 다비드 지니 신베트(국내정보기관) 국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이들에게 “영화에 관여했거나 등장하는 모든 이의 신원을 신속히 밝혀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중대한 정보보안 범죄와 형사상 명예훼손, 이스라엘의 외교·안보 이익 훼손 혐의로 수사를 시작하고 기소하라고 요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서한에서 이 영화를 이스라엘과 이스라엘군을 모욕하는 허위·오도·계획적 비방이라고 규정했다. 이 영화가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영화 제작에 관여한 이들이 최고 기밀 정보를 노출하고 민감한 정보부대의 정보보안에 구멍을 낸 중범죄를 저질렀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이 영화에 대해 내놓은 ‘강도 높은 반박’도 서한에 첨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영화가 ‘8200부대 현역·전역 군인들의 증언’을 담았다고 서술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제작진이 출연자 모두가 군 신호정보부대인 8200부대 출신이라고 밝힌 적은 없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제작진의 이스라엘 시민권을 박탈하는 방안에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나자’는 히브리어로 ‘부수적 피해’의 약어다. 영화에는 제작진이 군인이라고 밝힌 24명의 증언이 담겼으며 이들은 얼굴을 디지털로 가렸다. 출연자는 주로 정보부대 소속이다.
출연자들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주도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가자지구에서 ‘산업적 규모의 대량 살상’이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인공지능(AI) 기반 표적 선정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했고, 민간인 사상자가 최대 500명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공격도 허용됐다는 주장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달 초 17쪽 분량의 반박문을 내고 이런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공격 대상의 선정과 승인은 사람만이 맡았다고 밝혔다. 민간인 500명이 숨졌거나 숨질 것으로 예상된 공격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주장이 검증할 수 없고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나자’는 9월 10일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돼 기록적인 박수를 받았다. 이 영화는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9월 12일 열렸다. 영화는 이스라엘을 제외한 50개국 이상 극장에서 배급되고 있으며 11월부터 온라인 스트리밍이 가능할 전망이다.
영화는 영국 가디언이 제작했다. 공동 제작자인 유발 아브라함 기자의 탐사보도가 바탕이 됐다. 아브라함 기자는 가디언과 이스라엘 좌파 성향 매체 로컬콜, +972에 이 기사들을 실었다. 또 다른 공동 제작자는 레이철 쇼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정부 지지자들은 아브라함과 쇼르가 이스라엘로 돌아오면 끝까지 쫓겠다고 공언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중부 사비온에 있는 쇼르의 부모 집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반역자에게 사형을”이라고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