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아랍계 정당, 총선 뒤 연정 변수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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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아랍계 정당인 라암 당의 당수인 만수르 압바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27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이후 아랍계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즈비카 클라인은 28일 총선 분석 기사에서 방송사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아랍계 정당이 다시 연정 협상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방송 3사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진영이 과반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14채널은 수정 전망에서 네타냐후 진영이 과반을 넘긴다고 내다봤다. 이는 공식 결과가 아닌 전망치다. 120석 규모 크네세트(의회)에서 연정이 과반을 확보하려면 61석이 필요하다.

만수르 압바스 라암 대표는 선거 당일 밤 늦게 채널16 인터뷰에서 가디 아이젠코트가 내건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 조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압바스 대표는 조건을 논하기에 앞서 정부 구성이 가능한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클라인은 최종 결과에 따라 압바스 대표가 협상 카드를 쥘 수도, 거의 영향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라암은 2021년 출범한 베네트-라피드 연립정부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우파 출신 총리가 이끈 이 정부를 지탱한 것이다. 클라인은 아랍계 시민의 표도 유대인 시민의 표와 같은 방식으로 의석 계산에 반영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 표에 기댈 수 있고, 의회 지지가 사라지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클라인은 이스라엘을 국제사회에 소개할 때 이런 정치적 힘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클라인은 해외에서 이스라엘 아랍계 시민이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증거 또는 차별 사례로 거론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작 아랍계 정당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엇을 요구하며 지지층이 어디까지 타협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쟁은 덜 주목받는다고 덧붙였다.

클라인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라는 표현이 선거일 밤 구호보다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점령지뿐 아니라 이스라엘 본토까지 이 표현의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앰네스티 보고서도 의회 내 아랍계 대표성은 인정했다. 클라인은 아랍계 시민의 선거권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의 법적·정치적 지위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참여가 이스라엘 내 차별을 지우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랍계 시민이 정당을 꾸려 의석을 얻고 국정 운영을 협상하는 민주적 현실 역시 같은 기준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랍계 정당 사이에도 전략 차이가 크다. 압바스 대표는 라암이 정부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다시·타알·발라드로 구성된 공동명단은 네타냐후 총리를 대체할 정부를 외부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협상하겠다고 제안했다. 유세프 자바린 공동명단 대표는 예산이 뒷받침되고 이행이 감독되는 범죄 대응 계획을 요구했다. 자바린 대표는 전쟁과 정착촌 예산 등 국가 현안에는 넘지 않을 선을 뒀다. 클라인은 총리를 교체한다는 공통의 이해만으로 이후 협력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라암은 요아브 세갈로비츠 전 예시 아티드 의원을 영입했다. 세갈로비츠 전 의원은 이스라엘 국가중대범죄수사대 대장을 지낸 유대인이다. 압바스 대표는 8월 31일 북부 나사렛에서 세갈로비츠 전 의원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슬람주의·보수 뿌리를 둔 정당에 유대인 전직 수사기관 책임자가 합류하면서 치안과 정치적 정체성 문제가 한자리에서 논의되게 됐다. 클라인은 유권자가 이를 기회나 실수로, 혹은 오래가지 못할 결합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라면서도 먼 곳에서 보면 넘을 수 없어 보이는 경계를 넘는 선택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유대계 정당 사이에서도 입장 차가 뚜렷하다. 아이젠코트는 클라인이 9월 케셰트 니브(Keshet Neev)와 함께 진행한 인터뷰에서 협력 조건을 제시했다. 조건은 △이스라엘이 유대 국가이자 민주 국가임을 인정할 것 △독립선언문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 △복무 의무를 질 것 △하마스를 해체해야 할 테러 조직으로 인정할 것 등이다. 아이젠코트는 이 원칙을 충족하는 아랍계 정당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아이젠코트가 10월 팟캐스트에서 어떤 아랍계 정당과도 손잡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다.

클라인은 이런 질문이 정부 책임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하마스를 둘러싼 이견은 국가안보와 시민의 신뢰에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클라인은 정부 역할을 원하는 아랍계 지도자의 입장과 전력이 엄격히 검증돼야 하며 그 파트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들의 제안은 주목받아야 하지만 수용을 전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불신에는 배경이 있다. 사미 아부 셰하데 발라드 대표(전 의원)는 공격 이튿날인 2023년 10월 8일 기고문에서 공격의 전략적 의미와 정치적 이익을 논했다. 이 글에는 민간인 살해와 납치에 대한 규탄이 없었다. 아부 셰하데 대표는 이후 학살을 규탄했다. 그는 참상의 전체 규모를 알기 전에 글을 썼다며 그런 형태로 게재돼서는 안 됐다고 밝혔다.

2023년 11월 5일에는 이만 하티브-야신 라암 의원이 영아 살해와 여성 성폭행 보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티브-야신 의원은 해당 영상을 보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공격이 비인도적이고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는 당일 저녁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했다. 압바스 대표는 학살을 축소하는 시각을 거부하며 하티브-야신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클라인은 문제의 발언과 이에 대한 대응이 모두 기록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 라암을 포함한 정부를 이끈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는 이번에는 같은 구도를 반복하는 데 반대한다. 베네트 전 총리는 반대 이유로 구성원의 민족이 아니라 라암이 시온주의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야이르 골란 민주당 대표는 라암의 연정 참여를 지지한다. 클라인은 각 입장이 어떤 정부가 가능한지, 어떤 타협이 필요한지와 연결된다며 의석수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클라인은 아랍계 정당이 특정 정부에 속할지는 실행 가능한 합의와 정책, 파트너 사이의 신뢰에 달렸다고 밝혔다. 연정 참여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인종주의가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아랍계 시민의 정치적 정당성이 유대인 다수가 받아들일 만한 정당을 택하는지에 좌우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클라인은 국가 정체성이 거리의 안전과 공공서비스, 시민이 서로 지는 의무 같은 일상에까지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아랍계 정당은 이런 문제를 정치 전략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유대계 정당도 나라의 성격과 협력의 대가를 놓고 다툰다. 클라인은 한 지도자가 공동체 전체를 대변할 수 없으며 유권자의 정체성만으로 투표소에서의 선택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압바스 대표는 정부 구성이 가능한지부터 물었다. 클라인은 결과에 따라 압바스 대표가 연정 안에 들어가거나 밖에서 지원하거나 야당에 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어느 쪽이든 민주 정치에서 나올 수 있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클라인은 이스라엘이 선거 결과를 책임 있는 국정 운영으로 이어가면서 대표자가 정부 밖에 남은 시민의 지위를 지킬 수 있는지가 시험대라고 밝혔다. 연정이 무너지거나 정당이 패배해도 평등한 시민권이 유지되는 나라가 클라인이 그리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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