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30일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인 승객들이 조종실에 들어가 부기장을 제압했다. 여객기는 약 1시간 뒤 사우디아라비아 타북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사고기는 아랍에미리트(UAE) 항공사 플라이두바이(flydubai)의 FZ1073편이다. 승객 약 180명이 탔고 상당수가 이스라엘인이었다. 승객 가운데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당국은 부기장이 기체를 장악해 추락시키려 한 테러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30일 오후까지 테러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민족주의적 동기가 없는 정신건강 문제 가능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1분 새 1만7000피트 급강하
탑승객과 가족들은 이스라엘 언론에 부기장이 기장을 찌른 뒤 기체가 통제를 잃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이스라엘인 승객 몇 명이 조종실로 진입해 부기장을 제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체도 안정시켰다.
기장은 UAE 국적, 부기장은 오만 국적이다. 한 승객은 기장이 중상을 입었고 착륙 뒤 치료를 받으러 옮겨졌다고 전했다.
항공기 추적 자료에 따르면 보잉 737 맥스 기종인 사고기는 순항고도 3만4000피트(약 1만360m)로 비행했다. 이륙 2시간 15분 뒤 기체가 갑자기 급강하했다. 1분도 안 돼 약 1만7000피트(약 5180m)까지 떨어졌다. 속도는 411노트에서 600노트 가까이 치솟았다.
기체는 잠시 2만1725피트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1만5000피트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1시간 동안 1만5000피트 안팎에서 고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했다. TOI는 자동항법이 아닌 수동 조종 상태였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사고기는 오전 9시 30분 이전 국제 비상 신호인 ‘7700’ 코드를 보냈다. 요르단-사우디 국경을 따라 비행하던 때였다. 잠시 뒤 납치나 불법 간섭을 뜻하는 ‘7500’ 코드로 바꿨다. 기체는 요르단 영공에 잠시 들어갔다가 사우디로 방향을 돌렸다.
착륙 후 사진에서는 꼬리날개 방향타 일부가 떨어져 나간 모습이 확인됐다. 아리크 제르 전 신베트(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항공보안 책임자는 급강하로 생긴 손상으로 보인다고 채널12에 말했다. 외부 물체와 부딪쳐 생긴 손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투기 긴급 출격…총리 긴급회의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은 사고기 쪽으로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긴급 회의를 열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지휘부와 상황을 점검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오전 10시 45분께 성명을 냈다. 총리실은 상황이 통제되고 있으며 이스라엘 승객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사우디·UAE 당국은 사건 경위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서너 명이 180명 살렸다”

기내 영상에는 피투성이가 된 기장이 조종실 밖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겼다. 승객들이 기장을 돌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결박된 승무원 1명이 의식을 잃은 듯 누워 있었다. 한 승객은 그를 가리키며 기장을 찌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얼굴에 피가 묻은 다른 승객은 영상에서 테러범을 제압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사우디 타북에 착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장을 제외하면 모두 무사하다고 덧붙였다.
아담이라는 승객은 채널13에 “서너 명이 180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은 살아 나가지 못할 것 같은 순간도 있었다고 채널12에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는 착륙 순간 승객들이 박수치며 노래하는 장면이 담겼다. TOI는 이 영상의 진위를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