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중 납치 시도를 겪은 플라이두바이 여객기가 급강하 과정에서 음속에 가까운 속도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지난달 30일 사건 당시 플라이두바이 FZ1073편의 비행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급강하와 회복 과정에서 기체가 겪은 극한의 속도와 각도, 중력가속도가 방향타 파손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사고기인 보잉 737 맥스의 추정 최고 속도는 마하 0.96이었다. 마하 1.0은 음속을 뜻한다. 이 기종은 통상 고고도 최대 허용 속도(MMO)인 마하 0.82 이하로 순항한다.
이 속도를 넘으면 기체가 손상될 수 있다. 비행 조건이 불안정하면 이보다 약간 낮은 속도에서도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추정치는 위성 항적 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WSJ는 이 수치가 조사 당국이 분석할 비행기록장치, 이른바 ‘블랙박스’ 자료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추정치에는 풍속과 풍향, 기온, 기압 같은 변수도 반영되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이런 변수를 모두 반영한 속도를 진대기속도(TAS)라고 부른다. 진대기속도는 항공기 성능과 기체에 작용하는 힘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실제 진대기속도가 추정치보다 높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를 확인하려면 조사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기체가 받은 부하로 방향타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나간 사실은 확인됐다. 방향타는 항공기 기수의 좌우 움직임을 제어하는 장치다.
위성 추적 자료에 따르면 여객기는 92초 동안 약 1만7400피트(약 5300m)를 하강했다. 당시 기수는 39도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여객기 하강 각도인 3도보다 훨씬 가파른 수준이다.
기체는 조종을 회복해 수평비행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추가 부하를 받았다. WSJ는 이때 중력의 3배인 약 3G의 힘이 기체에 가해진 것으로 추정했다. 737 맥스의 공식 운용 한계는 양(+)의 방향 2.5G다. 일반 상업 운항에서는 이 수치에 도달하는 일조차 드물다.
이 기종의 설계기동속도(VA)는 기체 형상에 따라 210~230노트(시속 약 389~426km)다. 이 속도를 넘으면 조종면을 급격히 또는 최대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기체가 손상될 수 있다. 마하 0.96은 이 범위를 크게 웃도는 속도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원인과 관계없이 방향타 손상은 기체가 최소 한 가지 운용 한계를 벗어났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납치 시도 이후 조종을 넘겨받은 플라이두바이 소속 다른 조종사 2명은 손상된 기체를 1시간 넘게 몰았다. 여객기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타부크로 회항했다. WSJ에 따르면 비행 중 고도는 한 번에 약 500피트(약 150m)씩 오르내렸다. WSJ는 기체 손상으로 수평비행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기체가 극한의 부하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한 것은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에 성과라고 평가했다. WSJ는 737 맥스가 최근 수년간 기체 균열과 소프트웨어 결함 문제를 겪었다고 짚었다. 설계 결함에 따른 두 차례 추락 참사도 있었다. 보잉은 WSJ의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보잉을 축하했다. 그는 737 맥스가 “설계·예상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중력가속도와 부하를 견뎌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틱톡 게시물에서 승객 야니브 하윤씨에게 감사를 전했다. 하윤씨는 납치 시도 이후 기체와 승무원, 다른 승객들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그의 팬”이라고 표현했다.
조엘 서셀 우주기업 트랜스아스트라 최고경영자(CEO)는 보안 문제를 지적했다. 항공우주공학자인 그는 WSJ에 “자격을 갖춘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급강하를 명령하고 다른 조종사가 제때 막지 못하면 좋은 설계도 비행기를 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고기는 현재 타부크공항에 계류돼 있다. WSJ에 따르면 점검팀은 손상 범위를 파악한 뒤 수리를 거쳐 다시 운항할 수 있는지 판단할 예정이다. 토니 파리나 엠브리리들항공대 공기역학 전문가는 WSJ에 “최소한 완전하고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 공군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항공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는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