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한인들, 예루살렘·쿰란서 사해사본 포럼 개최
수천 년 전 유대 광야에서 기록된 문서들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 질문을 따라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모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사역자협의회(이하 ‘이팔선’)와 예루살렘학회는 9월 17~18일 이틀간 이스라엘에서 ‘사해사본’을 주제로 한 아카데믹 포럼을 열었다. 이틀간 매일 35명 안팎이 참석한 가운데, 첫날에는 사해사본이 발견되고 보존된 현장을 직접 둘러봤고 둘째 날에는 히브리대학교 임마누엘 토브 성서학 명예교수의 강의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사해사본을 ‘현장’에서 만나다
포럼 첫날은 이스라엘 공인 가이드이자 히브리대학교 성서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오주영 목사의 해설과 안내로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의 사본 보관소를 찾아 제2성전 시대의 유물과 사본 보존 현황을 둘러보았다.
특히 약 60년 만에 일반에 원본이 공개된 이사야 사본 두루마리를 관람하고, 사해 인근 쿰란 현장과 제1동굴을 직접 탐방하며 고대 쿰란 공동체가 생활했던 환경과 흔적을 살펴봤다. 2,000년 전 가죽 두루마리에 문자를 적어 내려갔던 고대 필사자들의 정교한 흔적과 광야의 기후가 만들어 낸 보존의 역사는 현장 탐방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000년의 간극을 메운 문헌학의 거장, 임마누엘 토브 교수
둘째 날 학술 세미나에서는 사해사본 출판 총괄 편집장을 역임한 히브리대학교 성서학 명예교수 임마누엘 토브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토브 교수는 사해사본의 발견이 기존의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성서 사본이었던 11세기 중세 마소라 본문(MT)보다 1,000년 이상 앞선 기원전 2~3세기의 실물 두루마리를 확보하게 한 고고학적 혁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해사본이 단일한 문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소라 본문, 사마리아 오경, 칠십인역(LXX) 등 성서 텍스트의 다양한 ‘다중성’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토브 교수는 1990년 총괄 편집장 취임 당시 10여 명의 소수 학자에게 연구가 집중돼 있던 당시 구조를 바꾸고, 전 세계 100여 명의 연구진으로 연구 인력을 확대해 총 40권의 연구 결과 공식 보고서(Discoveries in the Judaean Desert) 중 33권을 완간해 낸 과정을 회고했다.
필사자들의 사소한 오탈자와 수정 흔적을 살피는 문헌학적 연구는 텍스트가 걸어온 인간적이고 정직한 역사적 과정을 이해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토브 교수는 14세 때 영국 여행 중 우연히 사해사본에 관한 책을 구입했던 경험이 훗날 그의 평생 연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60년 가까이 성경을 연구해 온 그는 “나는 히브리 성경을 사랑한다”고 밝히며, 특히 이사야서를 읽을 때마다 수천 년 전 선지자가 어떻게 그토록 아름다운 언어와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는지 지금도 깊은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 통역을 진행한 한모음 씨는 광야에 묻혀 있던 고대 문헌이 오늘날까지 전하는 생명력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그는 “쿰란공동체의 사해 두루마리 문서와 터전은 광야 속에 묻힌 듯하였으나 유대 광야에서 피워낸 강한 생명력과 말씀을 사모하는 정신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고 전했다.

사해사본과 유대학, 기독교를 다시 바라보다
신철호 예루살렘학회장은 이번 포럼의 의미를 사해사본 자체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그는 사해사본과 유대학 연구가 “유대교 전통에 기독교의 뿌리가 있음을 밝혀주는 핵심 분야”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연구가 반유대주의를 극복하고, 현지 사역자들에게 올바른 신학적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스라엘이라는 현장에서 성경을 공부한다는 것이 단순히 성경 속 장소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경을 둘러싼 유대 전통과 역사, 문헌을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포럼은 그 문서뿐 아니라 문서를 남긴 사람들과 연구해 온 사람들, 그리고 오늘 다시 그것을 읽는 이들까지 함께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이번 만남은 이스라엘에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주최 측은 이스라엘 현지의 역사와 문화, 신학적 맥락을 충분히 접하기 어려운 한국 교회를 위해 내년에는 한국에서도 포럼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