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공세에 동맹 외면…사우디, 이스라엘에 정보 지원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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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대원들이 2020년 2월 19일 예멘 사나에서 열린 후티 집회에 참가한 뒤 경찰 순찰트럭 뒤에 올라탄 장면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의 잇단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정보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공무원 출신 중동 전문가 네빌 텔러는 22일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 기고문에서 튀르키예·파키스탄과 맺은 방위 협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사우디가 미국을 거쳐 이스라엘에 손을 내밀었다고 밝혔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미국 중부사령부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이 사우디의 대(對)후티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거론되는 지원은 정보·감시·정찰(ISR)이다.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진 지원과 비슷한 형태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 관계가 없다.

후티는 지난 9월 8일 사우디 남부 여러 도시의 민간·경제 시설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이후에도 공격은 이어졌고, 킹칼리드 공군기지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시설까지 표적이 됐다. 후티는 16일 사우디 전투기를 격추했다며 잔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앞서 8월 7일 튀르키예·파키스탄과 이른바 ‘메카 협정’으로 불리는 공동방위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의 핵심은 한 당사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모든 당사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정치적 약속이다. 회원국 1곳이 공격받으면 전체가 공동 대응하는 나토(NATO) 조약 제5조를 일부 본뜬 조항이다.

그러나 후티의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은 사우디 방어에 나서지 않았다. 텔러는 공개된 협정 개요에 자동 군사 대응 조항이 없고, 병력 파견 조건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협정 전문도 공개되지 않아 적용 범위와 이행 방식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아흐메드 샤리프 차우드리 파키스탄군 수석대변인(중장)은 지난 19일 “파키스탄은 외교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전적으로 함께한다…어떤 수준까지든 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러는 이 발언이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협정의 모호함과 예멘 군사작전에 휘말리기를 꺼리는 두 나라의 태도를 감안하면, 사우디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놀랍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아랍권 군 수뇌부의 접촉은 이달 초부터 이뤄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브래드 쿠퍼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해군 대장)은 9월 7일이 포함된 주에 독일의 한 외딴 스키 휴양지에서 8개국 군 수뇌부 회의를 주재했다. 장소는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중동과 중앙·남아시아 일부 지역의 미군 작전과 안보 협력을 총괄하는 사령부다.

회의에는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과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요르단 △이집트의 군 수뇌부가 한자리에 앉았다. 이 가운데 사우디와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가 없는 나라다. 미국 중부사령부가 중개자 역할을 맡아 이들을 연결한 것이다.

악시오스는 회의의 주된 목적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상황과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쿠퍼 사령관은 이란이 미군 기지를 공격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동 주둔 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참석자들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 확대 계획도 설명했다. 자미르 참모총장은 여러 전선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군 작전을 브리핑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14일 제다에서 쿠퍼 사령관을 만났다. 이튿날 국제 통신사 로이터는 미국이 후티에 대한 직접 공습은 거부하는 대신 사우디에 표적화된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예루살렘포스트도 역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후티의 병력 배치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작전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이스라엘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미국기업연구소(AEI) 산하 위협분석프로젝트(Critical Threats Project)와 공동으로 낸 보고서에서 비슷한 내용을 다뤘다. 보고서는 추진 중인 협력이 “이스라엘이 현재 아랍에미리트와 맺고 있는 정보 지원 관계와 유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텔러는 이란과의 전쟁이 이례적으로 강력한 안보 공통분모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회의 참가국들은 이스라엘과의 정치적 관계는 제각각이지만, 이란이라는 당면 위협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그 역내 동맹 세력에 대한 정보·감시 역량을 갖췄고, 미국 중부사령부는 두 나라를 연결할 지휘·통제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번 협력이 외교 관계 수립 없이 이뤄지는 사우디-이스라엘 간 군사적 관계 정상화의 중대한 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로서는 대외적으로 이스라엘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작전 협력은 고도화할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텔러는 양국 관계가 여전히 민감하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 사이에는 60년에 걸친 비공개 전략 협력의 역사가 있지만, 이번 협력은 군사동맹이 아니며 사우디의 공식 수교 정책에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사우디 측 소식통들은 사우디가 이스라엘의 도움을 구하면서도 관계 정상화 논의에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텔러는 후티의 공세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짚었다. 후티는 사우디 공격을 이어가는 한편, 세계 핵심 해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 지역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에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 협력이 촉진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비공개 안보 연결고리도 되살아나 강화되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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