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사태가 이스라엘의 대(對)시리아 정책을 좌우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이 한때 90% 가까이 합의에 이르렀다고도 공개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22일 유엔(UN)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이 주최한 대담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 △골란고원의 미래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 △자신의 알카에다 전력 등에 대해 폭넓게 입장을 밝혔다.
10·7 사태 이후 이스라엘 사회가 겪은 트라우마를 이해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10월 7일 무고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은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렇다고 역사 속 한 사건을 근거로 모든 정책을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7만명 이상이 숨졌다며 10·7 사태와 대비시켰다. 그러면서 “10월 7일의 일이 시리아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는 논리적이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안보 위협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또 “자국 안보를 지키려면 다른 나라의 안보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현 안보 정책이 오히려 위협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를 지키려고 주변에 문제를 만들고 있는데 이는 통하지 않는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대신 상호 존중과 경제·무역 관계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내 군사 활동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왜 시리아가 2년 동안 매일 폭격을 당해야 하느냐”며 “무차별 체포가 벌어지고 대통령궁도 이스라엘군에 두 차례 폭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과 모든 군 비행장이 폭격당하고 있다”며 “그것이 이스라엘 시민에게 안보를 가져다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시리아가 △미국 △영국 △걸프 국가 △이라크 △레바논과는 관계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과의 관계는 성공적인데 이스라엘과는 그렇지 않다”며 “문제는 시리아가 아니라 이스라엘에 있다”고 말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협상 경과도 새롭게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양측은 미국이 관여한 가운데 약 1년째 직접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시리아는 외교를 택했고, 미국 등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나라들의 도움을 구해 협상으로 문제를 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여러 차례 협상했고 거의 90%까지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다만 합의가 가까워질 때마다 이스라엘이 물러서거나 추가 조건을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 협상 트랙에 참여하고 있다”며 대화 채널이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단계적 방식이다. 첫 단계는 이스라엘군이 2024년 12월 8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진입한 시리아 영토에서 철수해 1974년 병력분리협정 당시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1974년 협정은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양국 군 사이에 유엔이 감시하는 완충지대를 설정한 합의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자 이 완충지대와 인근 지역에 병력을 배치했다.
철수가 이뤄지면 안보 협정 논의로 넘어간다. 알샤라 대통령은 “안보 협정이 성공하면 그때 항구적 평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당장 시리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항구적 평화가 온다는 것은 아니다”며 “평화를 논하기 전에 시리아인의 안보와 권리부터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가 정당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우려는 늘 논의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하는 모든 일이 그 우려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무엇이 실제 안보 우려이고 무엇이 단순한 인식에 불과한지 판단할 국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은 모든 당사자에게 유익한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골란고원 문제에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로부터 점령한 뒤 1981년 병합한 전략 요충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9년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인정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골란고원이 시리아 영토이며 최종 귀속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권 인정에 관한 질문에는 백악관 회담 때의 일화를 꺼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를 지지했고 시리아 제재를 해제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며 “나는 그와 매우 특별한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그에게 농담을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알샤라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언급하자 그는 “차라리 뉴저지주를 이스라엘에 주라”고 받아쳤다. 그는 “골란고원은 당신 소유가 아니지만 뉴저지는 당신 것”이라며 “뉴저지에는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자가 가득하니 이스라엘에 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적어도 그건 당신이 가진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골란고원의 주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농담을 마친 그는 곧 진지한 태도로 돌아왔다. 그는 “농담과 별개로 골란고원은 그곳 주민들의 것”이라며 “시리아 대통령도, 미국 대통령도, 그 누구도 골란고원을 포기하거나 남에게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달라진 시리아의 모습도 부각했다. 그는 현재의 과도기가 새 헌법 제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시리아에 심으려는 것은 법에 대한 존중”이라며 “권력이 한 개인이 아니라 제도가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르드족에게 부여한 문화·언어적 권리도 결국 헌법에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외국군 문제와 관련해선 외국 군사기지가 없는 시리아를 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존재는 이미 크게 줄었으며, 남은 병력의 지위를 두고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알샤라 대통령의 가장 논쟁적인 과거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과거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라는 이름으로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 격인 알누스라 전선을 이끌었다. 사회자는 그가 2013년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에게 충성을 맹세한 사실을 짚으며, 그 맹세와 이념을 명확히 버렸느냐고 물었다.
알샤라 대통령은 직접적인 부인 대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제 과거가 된 질문이 많으니 새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며 “이 질문엔 이미 여러 번 답했다”고 말했다. 또 “25년 전 일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당시 나는 다른 나이였고 지역 상황도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 내전과 아사드 정권에 맞선 투쟁을 거치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9·11 테러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그 일과 나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당시 나는 13세였고 그런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숨진 모든 희생자, 그리고 중동에서 추진된 정책으로 희생된 많은 이들에게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는 당시 뉴욕에서 벌어진 일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