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형사재판소 직접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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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The Hague)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미국이 9일 국제형사재판소(ICC) 기관 자체를 겨냥한 제재를 발표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로이터통신이 공식 발표에 앞서 확인한 성명에서 재판소와의 거래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대가 일부 배경으로 작용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ICC 압박 가운데 가장 큰 수위의 확대이며, 유럽 동맹국과의 외교적 충돌 가능성을 키운다고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ICC가 미국인을 기소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오늘 미국은 ICC를 제재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 불량 재판소와의 거래를 금지해 자원을 차단하고 운영 능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이전에 ICC 판사와 검사 개인을 제재했다. 이번에는 금요일 조치의 대상이 기관 자체다. 재판소에 금융, 기술 등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당국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이유로 ICC에 오래 반대해 왔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행위에 대한 ICC의 수사도 반대 이유였다. ICC는 이 수사를 이후 종결했다.

나자트 샤미 칸 ICC 부검사장은 로이터에 이번 제재가 “규탄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칸 부검사장은 “이번 제재는 국제사회의 법치와 독립적인 사법기관의 활동을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소가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우리의 작업은 모든 사안과 수사, 기소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위원회는 국제형사 사법에 기여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법률가 나비 필레이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필레이는 2003~2008년 ICC 항소재판부에서 재판관으로 일했다. 그는 수십 년간 국제 법률 기구를 강화하는 데 힘써 왔다.

노벨위원회는 발표문에서 “판사와 국제법 기관이 정치적 공격을 받는 시기”에 “상기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전쟁범죄자가 책임을 지고 학대 피해자가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는 국제법 체계는 평화로운 세계의 전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번 시점이 워싱턴과 재판소 지지 세력의 뚜렷한 간극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ICC는 2002년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집단학살을 기소하기 위해 설립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회원국은 125개국이며 유럽연합(EU) 전 회원국과 미국, 튀르키예를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 회원국이 포함된다. 재판소는 EU와 NATO 회원국인 네덜란드에 있으며 미국의 여러 주요 동맹국으로부터 강한 공개 지지를 받아 왔다.

루비오 장관은 재판소 자체에 대한 제재를 그동안 미뤄 왔다고 밝혔다. ICC와 설립 근거인 로마규정 당사국들이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길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루비오 장관은 이런 노력이 실패했다며 동맹국의 개입을 촉구했다. 그는 “ICC가 위협을 멈추거나, 우리가 ICC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동맹국이 ICC 당사국이며 미군에 방어를 의존하고 있다”며 “동맹국이 재판소를 제어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는 통상 미국 기업이 지정 대상과 거래하지 못하게 한다. 은행은 계좌를 닫고, 보험사는 보장을 철회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는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익명의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재무부가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허가를 발급할 것이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로이터는 이 허가가 일부 제한에 대한 일시적 예외를 허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ICC 관계자들은 수개월 전부터 기관 전체에 대한 제재에 대비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 대안으로 교체하고, 은행과 건강보험의 새 방안도 마련했다. 오스발도 사발라 힐레르 ICC 사무국장은 이번 주 초 EU에 차단 규정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 제재의 역외 효과로부터 유럽 기업을 보호하는 장치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ICC 관계자에 대한 표적 제재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전했다. 당시 제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해제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한 2025년 1월 직후 재판소 관계자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다.

루비오 장관은 ICC 당사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는 “이번 조치는 당사국이 협상을 통해 우리의 우려를 해소할 해법을 제시할 기회를 주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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