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자신이 의장을 맡은 평화위원회가 하마스와 가자지구 무장조직의 완전한 무장해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번 합의가 가자지구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끝내고 재건 절차를 시작하는 20개항 구상의 이행에서 중대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합의는 단계적으로 이행되며, 무장해제가 진전되는 데 맞춰 이스라엘군도 순차적으로 철수한다. 평화위원회 산하 국제안정화군(ISF)은 새로 창설되는 팔레스타인 경찰과 함께 치안을 담당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중재를 맡은 이집트와 카타르, 튀르키예에 사의를 표하며, 이번 합의가 새로운 팔레스타인 정부가 평화위원회와 협력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원하고 이스라엘도 필요한 안보를 확보하게 되는 계기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고위 관계자 2명이 익명으로 AFP에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하마스의 합의 서명을 막으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이후 이스라엘이 합의를 승인하지 않으면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에 관여해온 가지 하마드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31일 로이터에 이번 합의가 무장해제를 넘어서는 포괄적 틀이라며 “지난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타결된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고 10월 당시 위치로 철수해야 무기를 가자행정위원회(NCAG)에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평화위원회의 무장해제안이 이스라엘의 완전한 비무장화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합의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국제안정화군(ISF)과 새로 창설되는 팔레스타인 경찰이 치안을 맡더라도, 지하 터널에 숨겨진 로켓과 중화기를 강제로 몰수할 실질적 군사력과 의지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하마스가 무기 일부만 넘긴 뒤 무장해제가 끝났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이후 다시 무장하거나 표면적으로 물러난 통치에서도 막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스라엘은 가장 경계하고 있다.
평화위원회는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가자 휴전의 다음 단계 이행을 위한 세부 로드맵에 합의했다고 밝히며 자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브리핑에 나선 미국 관계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신뢰가 전혀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방안이 ‘무신뢰’를 전제로 각 단계를 하나하나 검증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협상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하마스가 로드맵을 승인함에 따라 앞으로 14일간 각 단계별 이행 시한을 확정하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체 무장해제 과정에 소요될 기간으로 200일에서 350일 사이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무기 인도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기존 황색선 너머로 철수하지 않아도 되며, 그 사이에는 임박한 위협에 대응하는 경우에만 군사행동이 허용된다. 하마스를 비롯한 모든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은 14일간의 시한 확정 작업이 끝나는 대로 일체의 군사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양측의 이행 여부를 독립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이행검증위원회(IVC)도 설치된다. 로드맵은 앞 단계가 이행검증위원회의 확인을 받기 전까지는 무장해제나 철군, 재건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 같은 검증이 이뤄지면 하마스를 대신해 가자지구를 통치할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조직인 가자행정위원회(NCAG)가 단계적으로 가자지구에 들어가 기존 행정 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하마스 소속 인력을 새로 채용하거나 재배치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평화위원회 관계자들과 브리핑에 참여한 미국 고위 관계자는 14일이라는 초기 시한을 언급하면서도, 그동안의 협상이 여러 차례 지연됐던 만큼 이번에도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관계자는 “일정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지 말아달라”며 “양측이 협조하기를 바라지만 그러지 않으면 지난 몇 달간 해왔듯 그때그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위원회에 따르면 하마스가 모든 무기를 포기하는 실행 가능한 계획에 공식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평화위원회 상임의장은 이번 합의가 수개월에 걸친 어려운 협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믈라데노프 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합의문 내용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이행과 검증은 실질적이어야 하고, 철군은 무장해제와 보조를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통치하고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재건된 가자지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