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정전 이행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 미국이 주도한 로드맵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가운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습이 합의 이행을 무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론 스필먼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3일 “공개된 안은 이스라엘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가자지구의 실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같은 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현재 저지선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국민과 병사들에 대한 위협을 계속 제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이슬람지하드가 서명한 이번 합의는 하마스가 무기를 새로 구성되는 팔레스타인 행정기구에 단계적으로 넘기되, 무기 자체는 가자지구 내에 남는 구조다. 합의문은 가자지구를 ‘하나의 권력, 하나의 법, 하나의 무기’ 원칙 아래 운영한다고 규정하며, 가자지구 주민에게는 신정부의 허가를 전제로 개인 무기 소지를 허용하고 있다. 또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해제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점령지에서 철수를 시작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직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이번 합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익명의 ‘고위 당국자’들과 각료들이 대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가자 특사는 지난 이틀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민간인을 살해하고 주민들이 의존하던 의료물자를 파괴했다”고 유감을 표하며, 평화위원회가 “긴장을 완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온전히 이행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평화위원회의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필먼 대변인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스필먼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이미 제안된 틀에 대한 의견과 우려를 미국측 카운터파트에 전달했다”고 말해, 앞서 평화위원회 관계자들이 이스라엘측이 합의 도출 과정에서 “충분히” 브리핑을 받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따르면 지난 8개월간 하마스는 정전을 이용해 재무장하고 수천 명의 테러리스트를 추가로 모집했으며, 군사 인프라를 재건하고 10월 7일식 학살을 재차 준비해왔다”고 강조하며, 로드맵의 첫 조항이 규정한 “탈급진화되고 위협이 없는 테러 청정지대”라는 비전이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스필먼 대변인은 “무장해제란 하마스가 물리적으로 무기를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며 “완전한 무장해제에 못 미치는 조치는 무엇이든 하마스에 이스라엘을 다시 위협할 능력을 남겨두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같은 날 이보다 온건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 아래 진행되는 평화위원회의 노력에서 “많은 긍정적 요소를 본다”고 말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20개항 계획과 향후 마련될 지침·합의들이 “하마스가 반드시 무장해제돼야 한다는 분명한 단서를 전제로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며, 하마스가 완전히 무장해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절차가 기술관료 중심 정부를 출범시키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평화위원회, 믈라데노프 특사의 노력이 가자지구 주민과 이스라엘 국민 모두에게 희망의 비전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합의를 둘러싼 이 같은 이견 속에 베잘렐 스모트리흐 재무장관과 오리트 스트록 정착촌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즉각 안보내각을 소집해, 지난주 승인된 국제안정화군(ISF)의 가자지구 진입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이스라엘 내각은 ‘우호국’에서 파견되는 병력 200명의 가자지구 진입을 승인했으며, 이들은 평화위원회가 라파 인근에 조성 중인 시범 인도주의구역 경계에 먼저 배치될 예정이었다. 다만 결정에 따르면 국제안정화군의 진입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의 별도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스모트리흐 장관과 스트록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병력 진입을 승인한 결정이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했으며 평화위원회의 로드맵이 “이스라엘에 위험하고 하마스 무장해제 및 가자지구 비무장화 방침과 완전히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두 장관은 안보내각을 재소집해 해당 결정을 철회하고, 평화위원회가 발표한 로드맵의 이행을 막는 예방적 내각 결정을 채택할 것과, 평화위원회가 전쟁 목표와 이스라엘에 대한 기존 약속에 맞게 로드맵을 수정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했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3일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이 최근 강화한 것으로 보이는 가자지구 공습을 중단하지 않는 한 무장해제 합의가 진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마스가 중재국들과 접촉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전면 중단을 이끌어내도록 직접 개입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 하마스측 소식통은 “공격이 계속되면 합의 이행과 일정 협상이 무산될 것이라는 점을 중재국들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당국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18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최근 몇 달 새 최고 수준의 일일 사망자 수 가운데 하나다.
하마스의 무장해제는 수개월간 협상을 교착시켜온 핵심 쟁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에 이번 합의를 발표하며 “치밀하게 짜인 단계”를 거쳐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문에 따르면 하마스 산하 경찰이 보유한 모든 무기는, 미국이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위원회인 ‘가자행정을위한국가위원회(NCAG)’가 가자지구에 도착하는 즉시 이 위원회로 이관된다. 다만 이 위원회의 도착 시점은 다른 후속 조치들에 달려 있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후 국제군 배치와 함께 중화기 폐기·보관, 무기 생산시설 및 터널 해체 절차가 시작되며, 이 과정은 이스라엘의 단계적 철수와 연동된다. 최종적으로는 모든 무장단체가 무기를 국가위원회에 넘기게 되지만, 구체적인 시한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가자지구 지역은 대부분 파괴되고 인구가 빠져나간 상태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 약 200만 명 중 대다수는 하마스 통치지역에 거주하며, 이 중 수십만 명이 열악한 천막촌과 파괴된 주거지에서 지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는 10월 27일 총선을 앞두고 가자지구에서 상당한 병력을 철수시키거나 다른 양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치열한 재선 경쟁에 직면해 있으며, 극우 연정 파트너들은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계속 유지하고 가자지구 내 병력을 남겨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는 가자지구 내 정착촌 건설까지 추진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 격렬한 전투는 대체로 잦아들었지만,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정전 발효 이후 최소 1230명이 사망했다. 이 집계는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별도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대체로 하마스측 집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공습이 정전 위반에 대응하거나 위협이 되는 무장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무장세력의 이스라엘군 대상 총격 공격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전 발효 이후 이스라엘군 병사 5명이 목숨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