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인질 생환자 셈토브 “땅굴서 신께 항복하니 빛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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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포로에서 생환되던 오메르 셈토브(가운데) 모습 (사진=이스라엘군)

전 하마스 인질 오메르 셈토브가 포로 생활 중 겪은 죄책감과 신앙의 경험을 담은 신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셈토브는 생환한 지 1년 6개월이 넘은 시점에 이스라엘 매체 아루츠셰바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질 수기’를 하나 더 보태고 싶지 않았다”며 신간 집필 배경을 밝혔다.

셈토브는 저서 ‘지옥에서 나 자신과 만나다’에서 포로 생활의 참상을 나열하는 대신, 삶과 신앙, 희망을 선택하게 된 내면의 여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곧 인질 수기로 책장 하나가 채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하기보다, 어둠 속에서 어떻게 일어서고 그 안에서 빛을 찾을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셈토브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 당시 나바 음악축제 현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인질로 끌려갔다. 그가 책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대목으로 꼽은 것은 함께 축제에 왔던 친구 마야와 이타이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는 “마야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고, 축제에 오라고 설득한 것도 나였다. 이타이는 마야 때문에 오기로 결정했다”며 “둘 다 나를 원망한 적은 없지만, 그로 인해 두 사람이 다치고 인질로 끌려갔다는 사실은 떨쳐내기 힘든 감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에 대한 부채감도 여전히 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옥으로 뛰어들어 나를 구하려 한 이들이 있었다. 일부는 중상을 입었고 일부는 돌아오지 못했다”며 “부상당한 병사들이 ‘천 번이라도 다시 하겠다’고 말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누군가 나를 위해 그런 대가를 치르려 했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인물로 꼽은 것은 고 오리 다니노다. 셈토브는 습격 당일 몇 시간 만나본 것이 전부였지만 다니노의 남다른 성품을 바로 알아봤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리는 빛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늘 도울 방법을 찾았다”며 “습격이 시작됐을 때 그는 이미 네 명을 구한 상태였는데도, 나에게 전화해 위치를 보내달라고 했다. 우리까지 구하기 위해 다시 불구덩이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노는 이후 인질로 끌려갔다가 억류 몇 달 만에 살해됐다.

셈토브는 땅굴 속에서 유머가 생존의 도구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들키지 않으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웃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맞히는 놀이도 했다”며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키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은 오인 사격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와 동시에 희망을 안겨준 이중적인 경험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탱크와 전투기 소리를 들으면 힘이 났다. 잊히지 않았다는 것, 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희망이 됐다. 폭발음 하나하나가 무섭긴 했지만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억류 기간 납치범들과 인간적 관계를 만들려 시도했다면서도, 이는 그들에게 동조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방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을 위해 청소하고 요리하고 웃기려 노력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인간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를 때리고 모욕하고 침을 뱉었다. 다만 그런 노력이 대우를 조금이나마 낫게 해줬고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기억은 신앙과의 재회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좁고 어두운 땅굴 안에서 그는 한계에 다다랐고, 그 순간이 이후 삶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첫 주에는 그야말로 미쳐갔다. 그러다 신께 ‘아버지,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손안에 있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라고 말한 순간이 왔다”며 “그 순간부터 온기와 어둠 속 빛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나를 감싸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계속 그 느낌으로 돌아가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의 기도도 자신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머니가 집에서 시편을 외울 때, 정확히 같은 시간 나도 땅굴 안에서 같은 구절을 외우고 있었다. 어머니의 기도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셈토브는 지금도 내면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퍼뜨릴 빛이 남아 있다고 느끼지만, 이는 매일 머릿속과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PTSD를 겪는 모든 사람이 이야기해도 되고, 울어도 되고, 나눠도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것이 남자답지 못하거나 인간답지 못한 것이 아니다”라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눈을 뜨고 주위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셈토브는 자신을 ‘전 인질’로만 규정하고 싶지 않다며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늘 배우가 되는 꿈을 꿨다. 뉴욕에서 연기 과정을 마쳤고, 앞으로 주요 영화의 주연을 맡는 것이 목표다. 그다음은 오스카상이다. 나는 늘 크게 꿈꾼다”며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뒤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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