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의 세스 프란츠만 기자는 인도 뉴델리 브릭스 정상회의와 오만에서 예정된 걸프국-이란 회담을 근거로, 걸프 국가들이 이란과의 대화 국면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12일 분석했다. 그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와 예멘의 친이란 세력으로부터 압박을 받으며 지역 긴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제인 셰이크 칼레드 빈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은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뉴델리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났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역내외 현안을 논의하고, 긴장 완화와 안정을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아랍에미리트 매체 걸프뉴스가 전했다. 브릭스는 러시아·중국·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참여하는 비서방권 경제협의체로, UAE는 2024년부터 정회원국으로 활동해왔다.
같은 시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긴장이 고조됐다. 리야드와 마디나 지역을 잇는 사우디의 동서송유관 시설이 공격을 받아 여러 명이 다쳤으며, 사우디 당국은 예방 차원에서 해당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고 걸프뉴스가 밝혔다. 동서송유관은 사우디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까지 원유를 실어 나르는 시설로,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수송로 역할을 해왔다. 후티 반군이 예멘에서, 친이란 민병대가 이라크에서 각각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은 후티에 대한 추가 공습에는 나서지 않을 뜻을 내비쳤고, 사우디도 이라크에 대한 보복은 자제하고 있다고 프란츠만 기자는 전했다.
브릭스 정상들은 뉴델리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 국가들이 국제 질서를 보다 공정하게 이끄는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극화 세계 질서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국영통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오만에서는 14일 걸프국과 이란이 참여하는 별도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이란은 자국이 봉쇄해온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걸프국과의 회담을 오만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고 걸프뉴스가 전했다. 카타르는 이미 이란과 대화를 이어온 상태이며, 오만은 앞서 호르무즈 해협 관련 논의에 나설 뜻을 밝혀 미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을 만큼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다. 다만 바레인은 이번 회담에 불참할 예정이라고 걸프뉴스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쿠웨이트 외교장관 셰이크 자라 자베르 알아흐마드 알사바는 12일 바레인 외교장관 압둘라티프 알자야니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전해졌으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 통신사 로이터는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14일 오만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련 합의가 서명 단계까지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12일 보도했다. 반면 튀르키예 국영통신 아나돌루통신은 아랍 국가 외교장관들이 14일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모여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이란-오만 공동 항로 개설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뉴델리에서 이 협정 체결 사실을 언급하며, 협정 서명 후 국제해사기구(IMO)에도 이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이란 공격에 자국 영토가 발판으로 쓰였던 국가들도 이번 무스카트 회담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 민방위대는 앞서 사우디 남부 샤루라주에서 발령됐던 보안 경보가 해제됐다고 확인했다고 걸프뉴스가 전했다.
프란츠만 기자는 브릭스에서의 UAE-이란 정상급 접촉과 오만에서의 걸프-이란 회담이 같은 흐름 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우디가 여전히 이라크·예멘발 위협에 노출된 상태에서도, 걸프 국가들이 이란과의 대화 채널을 동시에 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