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군이 10일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인근 알리타헤르 능선 지하에 있던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핵심 시설을 폭발물로 완전히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폭발물 1,100톤을 사용해 능선 아래 2㎞에 이르는 터널 2개 노선을 무너뜨렸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알리타헤르 능선 지하 터널은 리타니강 이북 레바논 남부를 담당하는 헤즈볼라 산하 바드르 지역사단의 지휘 거점 역할을 해왔다. 리타니강 이북 지역은 그동안 헤즈볼라의 주요 활동 거점으로 알려져 왔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지난주 이 터널 시스템을 장악해 헤즈볼라 대원들을 소탕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사살되고 나머지는 도주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이란이 이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있을 경우 대응하겠다고 미국 측에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경고는 이스라엘군이 이미 터널을 장악하고 소탕을 마친 뒤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터널 폭파 후 한 군 관계자는 “이스라엘군은 다중 전선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 당시 굉음이 인근 지역 전체에 울렸으며 산 위로 거대한 화염이 치솟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폭발이 규모 4.1의 지진파로 감지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시설을 20년에 걸쳐 건설된 전략 기반시설이라며 이란이 자금과 계획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새 정전이 발효됐을 당시 헤즈볼라 대원 수십 명이 이 터널에 은신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에 이르는 두 개 터널 내부에서는 이란산 로켓과 미사일, 드론을 비롯해 총기류와 대전차미사일, 수백 개의 지뢰와 폭발물이 발견됐다고 이스라엘군은 전했다. 터널에는 지휘소와 무기고, 발전실, 숙소, 샤워시설, 주방까지 갖춰져 있어 헤즈볼라 대원들이 장기간 머물며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이스라엘군은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폭파가 두 사람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며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안전지대 정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능선 지하의 테러 기반시설과 지휘부는 갈릴리 정복을 위한 거점이자 메툴라와 키르얏시모나에 대한 감시와 사격 지점 역할을 하려 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카츠 장관은 폭파 이후 이스라엘군이 해당 지역에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적의 재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지난 3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맞서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며 레바논을 전면적인 무력 충돌로 끌어들였다. 이에 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으로 대응했다. 4월 레바논에서 정전이 선언된 이후에도 교전은 완화된 수준으로 계속돼 왔으며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영토 안쪽 최대 10㎞ 지점까지 이어지는 자체 설정 안전지대에서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비국가 무장단체의 검증된 무장 해제를 통해 레바논이 자국 영토에 대한 주권을 회복하도록 하는 기본합의를 체결했으며 이 합의가 이행되면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로 이어지게 된다. 레바논 정부와 이스라엘, 미국이 이 합의에 서명했지만 헤즈볼라와 그 동맹 세력은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군이 진입한 3개 시범 구역에서는 철수했으나 헤즈볼라가 무장 해제되기 전까지 추가 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지난 4월부터 이 기본합의 이행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다음 주 로마에서 차기 협상이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협상은 이틀간 진행되며 화요일이나 수요일 중 언제 시작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레바논 남부 주민들이 정부에 주권 행사와 헤즈볼라의 무기 저장·발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런 지역사회의 요구와 이에 호응하는 레바논 정부의 태도를 지지한다며 레바논 정부가 3자 기본합의에 명시된 대로 레바논 전역에서의 무장 해제 계획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