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유엔서 3시간 간접협상…트럼프 “매우 잘 진행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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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회의에서 발표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미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미국 협상단이 이란 대표단과 3시간 동안 협상했다며 “매우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스티브 위트코프·재러드 쿠슈너 특사가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란 대표단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회담이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측 참석자에 대해서는 “최고위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을 전멸시키겠다고 경고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미국과 이란은 올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벌어진 이후 미 해군의 이란 해상봉쇄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놓고 대치를 이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선택지를 두고 “이란이 합의를 원하지 않을 이유를 상상할 수 없다”며 “잠재적 위대함이냐, 아니면 궤멸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란을 향한 사실상의 경고를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위트코프 특사는 양측이 직접 마주 앉은 것이 아니라 중재자를 통한 간접 협상이었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차이를 보였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오늘 유엔총회 계기에 중재자들을 통해 이란 대표단과 장시간 협상했다”며 “중재자들이 하루 종일 양측을 오갔다”고 밝혔다.

그는 “건설적이고 희망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한 차례의 논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중재자들은 앞으로도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협상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는 말을 아끼다가 “지금은 기분이 매우 좋다”고 답했다. 다음 날에도 그럴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매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도 협상 사실을 확인했다. 이란 국영방송(IRIB)은 이날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위트코프 특사에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내건 조건은 △미국의 해상봉쇄 즉각 해제 △동결된 이란 자산 전액의 신속한 지급 △모든 저항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이다.

여기서 저항 전선이란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이 이스라엘·미국과 맞서고 있는 전장을 가리킨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NBC 방송 ‘투데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체류 중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로 누구와도 만나는 사람”이라며 “문제를 풀려면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결국 상대와 의견이 일치하게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3일 오전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인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의 정상·고위 인사들과도 만나 이란 전쟁의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요르단·이집트·튀르키예·이라크·레바논·시리아 고위 인사들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란의 곡괭이산(Pickaxe Mountain) 핵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다만 “그곳에서 활동이 많이 포착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곡괭이산은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 인근 산악 지대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진 지하 핵시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 정상들에게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인질 석방 합의를 성사시키는 데 협력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다만 이 합의는 이후 이행이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에 대한 지지도 거듭 밝혔다. IMEC는 인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철도와 항만으로 잇는 물류 구상으로, 이스라엘을 경유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경유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는 이스라엘 대신 시리아·레바논을 거치도록 경로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브라함 협정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 이스라엘이 UAE·바레인 등 아랍 국가들과 맺은 관계 정상화 협정이다. 최근 역내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역내 정책을 팽창주의로 보고 협정 가입을 점점 꺼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는 합의가 늦어도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거듭 내비쳤다. 그는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다”며 “이란이 합의할 동력이 크다고 본다. 모두에게서 그런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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