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하욤은 15일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대외 정보 협력 실태를 심층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 분야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고 전했다. 정보당국은 우방은 물론 때로는 적대국 정보기관과도 정보를 주고받으며 협력 관계를 넓혀 왔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이타이 일나이 이스라엘 하욤 기자는 이런 활동을 ‘연락 정보’로 소개했다. 외국 정보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수집 능력을 키우거나 외교 관계를 맺고 다지는 정보 활동이다. 이스라엘 정보계에서는 이를 외국 정보기관 연락을 뜻하는 ‘포린트(FORINT)’라고 부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이 분야에서 새로 부상한 사례다. 이스라엘 하욤은 9월 13일 대니 자켄 기자의 보도로 사우디가 미 중부사령부(CENTCOM)를 통해 이스라엘에 접근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예멘 후티 반군에 맞서는 데 필요한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이 요청이 양국 정보 협력의 새로운 단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양국 관계는 마이클 쿠릴라 당시 중부사령관 재임기에 이미 크게 강화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압둘말리크 알후티 후티 반군 지도자는 보도 며칠 뒤 연설에서 사우디가 이스라엘의 정보를 받는 대가로 “예멘을 겨냥한 이스라엘 정보 비행에 공항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하욤은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이를 확인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두 나라의 비밀 접촉에는 오랜 역사가 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1960년대 초 이스라엘 공군 수송기는 사우디 해안을 따라 비행하며 예멘 왕당파 반군에 군 장비를 낙하산으로 투하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던 세력이다. ‘소스 작전’으로 불린 이 임무는 2000년대에야 공개됐다. 이스라엘과 아랍 측의 첫 군사 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하욤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사우디와의 직접적인 비밀 관계가 2006년 시작됐다고 전했다. 고 메이르 다간 당시 모사드 국장 시절이다. 다간은 사우디 당국자와 직접 접촉한 첫 이스라엘인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에얄 치르 코헨 전 모사드 테벨국장은 2010년 테벨국 중동 담당 부서장에 임명됐을 때 이미 관계가 자리 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사드가 사우디와 쌓은 관계를 물려받았다”고 밝혔다. 테벨국은 모사드에서 외국 정보기관과의 관계를 총괄하는 부서다.
치르 코헨 전 국장에 따르면 초기 접촉은 대개 제3자를 거쳤고 모사드는 이를 ‘특별 연락’이라 부른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 측 인사에게 부탁해 백악관 행사 중 모사드 워싱턴 대표와 사우디 대사관 관계자가 별실에서 대화하게 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사우디 측 접촉 상대는 주로 외교 인사였다. 대표적 인물은 반다르 빈 술탄 전 주미 사우디 대사다. 반다르 왕자는 현 주미 대사의 부친이다.
치르 코헨 전 국장은 제3자 접촉에서 정보 전문가 간 직접 교류로, 이어 정치권과 최고 지도부로 관계를 넓히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사우디가 관계 노출을 극도로 우려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협력의 ‘바이러스’를 사우디가 견딜 수 있는 만큼 퍼뜨리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였다”고 밝혔다. 정보·군사적 가치가 작더라도 양국 인사가 함께 앉을 기회를 만드는 작전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개인적 관계가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하욤은 이런 비밀 관계가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유지됐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정보와 사이버 역량을 원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부국인 사우디 최고위층과 접촉선을 쌓아 이란을 견제할 수 있는 상대로 삼으려 했다. 정보 협력은 2023년 10월 7일 직전 몇 달간 공개적으로 진행된 관계 정상화 협상의 토대를 닦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스라엘 NSO그룹이 사우디에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공급했다는 폭로 등 일부를 빼면 이 관계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영국과의 관계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이스라엘 하욤은 전했다. 양국 정보 공동체는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미국 다음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약 한 달 전에는 영국 정부가 유대·사마리아(서안지구) 정책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이 총리와 외무장관에게 이 조치가 정보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영국 정치권 소식통은 영국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에 “MI6가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고 말했다. 랠프 고프 전 미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리는 이번 주 “이스라엘의 사이버 역량은 MI6를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하욤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9월 이란의 영국 공군기지 RAF 페어퍼드 공격 계획을 저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하욤에 따르면 정보 공동체 고위직을 지낸 익명의 전직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파트너국에 제공한 정보로 매우 많은 테러를 막았다”고 말했다. 고위 인사 암살 시도, 대규모 인명 피해를 노린 테러, 군 대상 공격이 사례라고 했다. 그는 공격을 막은 뒤 해당국에 “정착촌은 잠시 잊고 이스라엘이 한 일을 기억해 달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구체적 사례도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6년 8월 이스라엘이 미국에 이란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암살 계획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튀르키예를 떠나려 할 때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격추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2024년 7월에는 이스라엘이 프랑스에 올림픽 기간 테러를 막을 정보를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8년에는 시드니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여객기 폭파 계획 저지에 이스라엘 정보가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익명의 전직 관계자는 “이스라엘 정보는 미국을 포함한 파트너국보다 앞서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8200부대가 미 국가안보국(NSA) 상대와 만날 때마다 우위를 점했다고 밝혔다. 이미 계획된 공격 정보를 입수하면 주로 모사드 채널로 상대국에 연락해 협상 지렛대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물건 하나를 내주고 다른 것을 사 오는 슈퍼마켓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보 제공의 한 가지 목적은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의 입지를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정보가 인명을 구하면 국방장관이나 총리가 다음 날 상대국 대통령에게 전화해 도움을 상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군 군사정보국 전직 고위 관계자는 파트너가 전혀 다른 통화로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개는 정보라는 상품에 대한 전략적 대가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하욤은 정보와 외교가 늘 얽혀 있다고 전했다. 이 분야에서 일한 한 인사는 총리가 국교 없는 나라를 비밀 방문하기 전 군 비서관을 통해 군사정보국장에게 그 나라에 도움이 될 정보를 요청하는 일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는 결국 이스라엘 외교의 일부”라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한 외국 대표가 외교부 요청으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에게 기밀 정보 브리핑을 받았다고 한다.
이스라엘 하욤은 외국 보도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최소 25개국과 정보 협력을 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걸프 국가는 물론 중남미의 브라질과 파나마도 포함된다. 정보가 일방적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2023년 10월 7일 전날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경고를 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경고를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다만 “관련 정보가 있었다면 양국 정보 채널을 통해 전달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정보가 거의 오가지 않는 분야다. 이스라엘 보안기관 관계자는 “외교적 민감성 때문에 그 분야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군사정보국 전직 고위 관계자는 “연락 정보는 이익의 거래”라고 했다. 그는 호의만으로 외국을 돕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다만 관계가 나쁜 나라에도 인도적 이유로 정보를 준 적이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 아무 대가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보가 공공외교의 승리를 위해 제공되기도 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개전 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이 자국 공습이 아닌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는 증거를 세계에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 출처가 사실상 드러났다고 이스라엘 하욤은 전했다.
치르 코헨 전 국장은 연락 정보를 ‘전력 증강 요소’로 표현했다. 그는 생체인식 기술 발달로 모사드 요원의 해외 활동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협력이 모사드 작전의 핵심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 나라에 테러 조직 정보를 주고 그 나라가 접근할 수 있는 적국의 지도를 받는 식의 거래를 예로 들었다.
테벨국은 역사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모든 파트너와의 정보 관계를 관리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의 관계를 맡았고 이집트와의 평화 합의, 요르단과의 관계, 아브라함 합의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 이후 이런 업무는 이스라엘군으로 확대됐다. 첫 돌파구는 군사정보국 8200부대와 미국 NSA의 직접 관계였다.
이 관계는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이후 미국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양측 고위 장교가 처음에는 CIA 주선으로, 이후에는 독자적으로 만났다. 이런 만남은 이후 매년 수차례 정기적으로 이어졌다.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와도 비슷한 관계가 형성됐다. 8200부대 전직 고위 관계자는 “부대 간 친밀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NSA와의 관계가 이스라엘 정보부대와 외국 기관 사이에서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에서 진행된 ‘사자의 포효’ 작전 당시 이를 분명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군사정보국장을 지낸 한 전직 인사는 다른 나라 군 정보 수장과 맺은 친분이 그가 참모총장에 오른 뒤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그 참모총장에게 직접 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여러 나라 정상과 불화하는 지금 남는 것은 정보 공동체 간 관계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군사정보국은 2003년 9·11 테러와 대테러전을 배경으로 대외관계 조직을 확대했다. 이전에 R과로 불리던 조직을 부서로 키운 것이다. 이 조직은 이후 국제정보협력단, 히브리어 약칭 ‘마샤브’로 이름이 정해졌다. 초대 지휘관은 아사프 오리온 대령이다. 그는 현재 예비역 준장이다.
오리온 예비역 준장은 이 조직을 무엇보다 정보 수집 수단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적은 투자로 다른 나라가 쏟아부은 막대한 자원의 산출물에 접근할 수 있다”며 가장 비용 효율적인 분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스파르타처럼 홀로 설 수 있다는 생각은 다소 유치하다”고 말했다. 협력에는 가치·외교·전략의 공통 기반과 서로 다른 점이 모두 필요하다고도 했다.
오리온 예비역 준장은 인적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소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한 외국 정보기관에 이스라엘 무관이 공식 협력을 요청했다가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이후 그는 그 나라의 한 과정에 참석했다가 강연한 이 기관 부국장을 따로 만났다. 이튿날 정원 벤치에서 군사정보국의 역량과 향후 협력 구상을 설명했다. 몇 주 뒤 부국장이 고위 접촉선을 연결해 줬고 관계는 이후 크게 발전했다. 오리온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샤브는 이후 규모가 커졌다. 최근 4년 사이 인력이 2배로 늘었다. 이 조직 출신 한 인사는 “두려움의 장벽을 허물었다”고 말했다. 조직은 미주·유럽·역내 3개 지역 부서로 나뉘고 군사정보국 작전부 산하에 있다. 요원들은 사복을 입는다. 본부는 이스라엘군 본부 키르야에서 떨어진 텔아비브 광역권의 민간 건물에 있다.
이 건물에는 한 층 전체가 접견 시설로 꾸며졌다. 네게브, 갈릴리, 골란 등 이스라엘 지역 이름을 딴 크기가 다른 접견실이 있다. 외국 대표단과 고위 인사를 맞기 위한 시설이다. 이 조직을 위해 구입한 고급 차량도 있다. 군사정보국 전직 고위 관계자는 “군사정보국은 해외 출장 때 입는 정장과 선물, 만찬 예절까지 신경 쓴다”고 말했다. 한 장교는 정장에 작업용 부츠를 신고 중요한 회의에 나타났다가 곧바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고 한다.
마샤브 출신 한 인사는 해외에서 접대받는 쪽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비밀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전용기와 고급 승용차, 고급 식당이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치르 코헨 전 국장은 에미리트를 방문할 때 “공중에서도 공항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이 보인다고 농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벤틀리와 애스턴마틴이 있다며 “그들은 상대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밝혔다.
2006~2010년 군사정보국장을 지낸 아모스 야들린 예비역 소장은 외국 정보기관과의 협력에 크게 투자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심지어 러시아의 정보기관도 제대로 협력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야들린 예비역 소장은 헤즈볼라 군사 책임자 이마드 무그니예 제거를 미국과의 긴밀한 정보 협력 사례로 들었다. 그는 미국인은 다마스쿠스에서 의심을 사지 않지만 이스라엘인은 그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동 이익과 신뢰가 정보 협력의 “접착제”라고 말했다.
역대 군사정보국장이 지켜 온 원칙은 이스라엘에 해가 되거나 정보원을 노출할 수 있는 정보는 공유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군사정보국장이 직접 제3국 제공을 승인한다. 때로는 참모총장이나 모사드 국장, 총리가 승인한다. 정보는 출처를 감춘 ‘패러프레이즈’라는 정제된 요약 형태로 전달된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슬람국가(IS) 활동이 절정이던 시기를 군사정보국이 가장 “생산적”이던 때로 꼽았다. 시나이반도 다국적군감시단 기지 공격 계획의 세부 정보를 입수해 상대 측에 즉시 넘겼다고 한다. 테러범의 침투 경로와 인원까지 파악했다는 설명이다. 콘서트에 가던 유럽인 다수도 IS의 공격 계획에서 구했다고 그는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정보 유출 논란도 있었다. 이스라엘은 IS가 폭발물을 넣은 노트북으로 여객기를 추락시키려 한다는 정보를 미국 당국에 넘겼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이를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공유했고 내용은 언론에 알려졌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이 유출이 IS 내부 스파이를 노출할 수 있었다며 양측 이해를 어겼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사과를 거부하고 트위터에서 민감한 정보를 누구에게든 공유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