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구진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혈액검사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에드몬드 & 릴리 사프라 뇌과학센터와 알렉산더 실버만 생명과학연구소의 헤르모나 소렉 교수는 “이번 발견은 파킨슨병을 이해하고 진단하는 방식에 있어 큰 도약”이라며, “기존 연구에서 간과됐던 전이 RNA 조각(tRFs, transfer RNA fragments: 유전자 정보 전달 과정에서 생성되는 작은 RNA 조각)을 분석해 질병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 파킨슨병을 감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에드몬드 & 릴리 사프라 뇌과학센터와 알렉산더 실버만 생명과학연구소의 헤르모나 소렉 교수 ©요세프 아데스트 제공 |
전이 RNA 조각(tRFs) 분석, 조기 진단의 새 창 열다
소렉 교수는 전이 RNA 조각(tRFs)에 대한 흥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부 사람들은 tRNA가 분해되면 남은 조각이 그저 쓰레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항상 ‘자연은 쓰레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남아 있다면 반드시 역할이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연구에서 전통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전이 RNA 조각(tRFs)에 주목했다. 박사과정 학생 님로드 마드레르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의 혈액에서 RGTTCRA-tRFs라는 특정 반복 서열을 가진 tRF가 증가하고, 미토콘드리아 유래 tRF(MT-tRF, 세포 내 에너지 생산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유래한 전이 RNA 조각)는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두 바이오마커의 비율을 측정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의 환자도 건강한 대조군과 86%의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임상 진단법보다 뛰어난 성능이다.
IDF 정보부 훈련, 과학적 발견의 밑거름
마드레르 학생의 과학적 발견에는 이스라엘 방위군(IDF) 정보부에서의 경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데이터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내는 훈련을 받았다. 마드레르는 “군에서 패턴을 찾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파킨슨병 환자의 tRNA 조각을 분석할 때도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서열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예비군으로 복무 중 틈이 날 때마다 자신의 과학 연구를 검토했고, 모든 시퀀싱(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데이터를 워드 파일에 정리해 직접 눈으로 패턴을 찾았다. 그러던 중 특정 반복 서열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 ▲ 히브리 대학교 박사학위 학생 님로드 마드레르 © 요세프 아데스트 제공 |
소렉 교수는 “내가 마드레르에게 이 반복 패턴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제가 8200부대에서 6년 동안 뭘 했겠습니까? 데이터를 스크리닝하며 반복 패턴을 찾는 일을 해왔습니다’라고 답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그 서열을 집중적으로 분석했고,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에게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반복 패턴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간단하고 접근성 높은 검사, 임상 적용 기대
이 혈액검사법은 표준 qPCR(정량적 중합효소 연쇄반응, 유전자 증폭 검사) 기술을 활용해 간단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연구진은 다양한 국제 코호트의 샘플을 활용해 검사의 신뢰성을 입증했으며, 파킨슨병 진행 마커 이니셔티브(PPMI) 등 대규모 연구에서도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특히, RGTTCRA-tRFs 수치는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 뇌에 전극을 삽입해 신경 신호를 조절하는 치료법) 치료 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이 바이오마커가 질병의 진행과 치료 반응을 모두 반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 위한 추가 연구 진행 중
연구진은 RGTTCRA-tRFs의 높은 수치가 파킨슨병의 원인인지, 아니면 질병 진행에 기여하는 요인인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드레르 학생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렉 교수는 “tRFs에 집중함으로써 질병의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는 분자적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열었다”며, “간단하고 최소 침습적인 혈액검사로 조기 진단과 개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연구진은 제약사와 협력해 더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며, 향후 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혈액검사법이 상용화되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정기 검진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