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서 읽기·수학·과학 전 영역에 걸쳐 역대 최저 점수를 받았다. OECD가 8일 발표한 2025년 평가 결과에서 이스라엘은 전 세계 43위, 선진국 중에서는 33위로 밀려났다.
PISA는 OECD가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수학·과학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 비교 평가다. 이번 2025년 평가에는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항목이 새로 추가됐다.
이스라엘의 순위는 2022년 평가 당시 전 세계 38위, 선진국 중 31위였던 것에서 각각 하락했다. 2025년 평균 점수는 이스라엘이 2000년 PISA에 처음 참가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스라엘은 4개 전 영역에서 평균 29점이 떨어져, 라트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영역별로 보면 하락폭이 가장 큰 읽기에서 이스라엘 학생들은 436점을 받아 2022년 474점보다 크게 떨어졌다. 과학은 442점(2022년 465점), 수학은 433점(2022년 458점)으로 각각 하락했고, 새로 도입된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 능력에서는 444점을 받았다. OECD 평균은 읽기 461점, 과학 482점, 수학 463점, 문제해결 능력 500점이다. 같은 평가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할 학교들은 과학 359점, 읽기 350점, 수학 354점, 문제해결 능력 393점을 받았다.
요아브 키슈 이스라엘 교육부 장관은 2025년 4월 시험이 치러질 당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동시에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며 이번 결과의 배경을 전쟁 상황으로 돌렸다. 키슈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올린 영상에서 “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 치러진 시험이라며, 당시 북부 지역 주민들이 대피한 상태였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예비군 복무를 돌아가며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밤마다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덧붙였다. 키슈 장관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스라엘 후방과 교육 시스템이 “전쟁 중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사랑하는 학생들과 교직원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키슈 장관은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정책국장이 보낸 서한도 함께 공개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서한에서 지난 10년간 여러 OECD 회원국에서 학생 성취도가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이스라엘의 결과도 이런 흐름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성과는 학생들이 처한 학습 여건, 특히 불확실성과 분쟁의 영향을 받는 상황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안보 상황이 학생과 가정, 학교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며 “이를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결과 해석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예쉬 아티드 소속 메이라브 코헨 크네세트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이번 결과가 “교육 시스템과 이를 이끄는 책임자에 대한 심각한 지적”이라고 적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야당 대표는 코헨 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교육 시스템은 고칠 수 있고, 이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우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라피드 대표는 앞서 올해 초 코헨 의원을 자신이 이끄는 정당의 차기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바 있다.
이스라엘 전국학부모협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결과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협회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휴교·고립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을 거치며 학생들이 “학습과 사회적·정서적 연속성을 잃었으며, 이것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협회는 이번 결과를 교육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경고음”이라고 평가했다. 협회는 성적 하락폭을 “극적”이라고 표현하며 읽기·수학·과학에서 최소 기준에 미달한 학생이 3분의 1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정책 결정자들이 코로나19와 전쟁을 이유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이번 결과를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채널12는 2025년 4월 이스라엘 전역 215개 학교에서 학생 7330명이 이번 시험에 응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에는 이스라엘 교사들의 문해력·수리력·문제해결 능력이 교육 단계 전반에 걸쳐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아레츠는 교육부가 기자들의 열람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관련 결과 요약본 공개를 미루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이 요약본은 이스라엘 교육평가원이 작성 중이며, 익명의 교육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부가 결과를 긍정적으로 포장하길 원해 공개가 늦어지고 있다고 하아레츠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