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멘 북서부 대부분을 장악한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항구도시 모카를 10일 점령했다고 예멘 정부군 소식통 4명이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후티는 이번 점령으로 세계 주요 해상 물류로 가운데 하나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장악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정부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후티는 홍해의 전략적 섬인 하니시 제도에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정부군과 동맹 세력은 해협에 바로 접한 남쪽 두밥으로 이동해 페림섬 건너편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두밥과 페림섬을 장악하는 쪽이 해협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며칠 사이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예멘 국제 승인 정부 동맹군 사이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이는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에 이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위협하는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후티는 2014년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부를 남쪽 아덴으로 몰아냈다.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국경 혼란을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 후티를 몰아내고 정부를 복원하기 위해 군사개입에 나섰다. 이후 내전이 이어지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주의 위기 중 하나가 발생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연합군의 공습으로 수년간 참혹한 전투가 계속됐다.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이 성사돼 전쟁은 대체로 멈췄지만 항구적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최근 교전은 전면전 재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라비아반도의 예멘과 아프리카 대륙의 지부티·에리트레아 사이에 있는 홍해 남쪽 출구다. 항해 여건이 험해 ‘눈물의 문’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예멘 인구 밀집 지역 대부분과 북부 상당 지역을 장악한 후티에게는 이 해협을 손에 넣는 것이 중요한 전리품이다. 이 해협은 걸프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연료가 수에즈 운하나 이집트 홍해 연안의 수에즈-지중해 송유관을 거쳐 지중해로 향하는 핵심 항로이자, 러시아산 원유를 포함해 아시아로 향하는 물자가 지나는 주요 통로이기도 하다. 이란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에너지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막히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걸프 산유국들이 주요 해상 운송로에서 고립될 수 있다.
예멘 내 분쟁 격화는 이란과 미국이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로 선언한 걸프 지역 선박 상호 공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다.
정부군에 동맹한 한 군 지휘관은 서부 해안 지역 부대에 안전한 곳으로 대체 지휘소를 마련하라고 10일 지시했다고 밝혔다. 암살된 전 예멘 대통령 알리 압둘라 살레의 조카인 타렉 살레의 이번 지시는 후티가 그의 민족저항군을 서부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로 해석된다.
사우디·파키스탄·이란 소식통들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자 이들을 자제시키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고를 이란에 전달했다.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파키스탄이 지난 8일 이 메시지를 테헤란에 전달했으며, 이란 측이 “이란은 후티를 통제하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란 소식통 2명은 테헤란이 지난주 후티에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을 지시하며 추가 자금과 무기 지원을 약속했고,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 여러 명이 공격 조율을 돕기 위해 예멘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이른바 ‘메카협정'(공동방위협정)에 따른 군사 대응은 현재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10일 밝혔다. 이 협정은 지난달 체결됐으며 세 나라 가운데 한 곳에 대한 무력 공격을 나머지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자드 하이다르 칸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협정상 의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그런 사안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도 “때가 되면 행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질문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가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 도시와 에너지 시설을 공격한 것과 관련해 나왔다.
후티는 예멘 북서부 대부분을 실효 지배하는 군사·정치·종교 조직으로, 홍해에서 화물선과 유조선을 공격하며 세계 무역과 에너지 시장에 타격을 줘 왔다. 이들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그해 11월부터 선박에 포격을 가하고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홍해 선박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은 올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재개됐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군과 후티 간 교전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과 어린이 수백명이 피신처를 찾아 사우디아라비아 지원 정부가 통제하는 라흐지·아덴주로 모카를 10일 떠났다. 타이즈·알호데이다주에서도 최근 2주간 충돌로 2만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군의 공습이 자국과 접경한 자우프·마리브·사다주와, 남부 타이즈, 후티의 근거지이자 홍해 선박 공격의 발판으로 쓰이는 홍해 연안 알호데이다주를 강타했다고 지난 9일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공습을 확인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며칠 사이 후티가 남부 민간·경제 시설을 겨냥하며 자국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여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