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해군이 새로 도입한 잠수함 드라콘함이 기존 잠수함보다 더 오래, 더 먼 바다에서 작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이 잠수함의 함장이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27일 하이파 해군기지 앞바다에서 입항을 몇 시간 앞둔 드라콘함에 탑승해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드라콘함은 독일에서 건조된 돌핀Ⅱ급 잠수함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4일 드라콘함의 해상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 해군은 이미 돌핀급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으며, 드라콘함 합류로 모두 6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게 됐다.
드라콘함 함장인 ‘A’ 중령은 예루살렘포스트에 함체 길이가 늘어나면서 무기의 질과 양이 모두 향상됐다고 말했다. 전력·산소 공급 체계도 강화돼 더 오랫동안 바다에 머물 수 있다는 설명이다. A 중령은 잠수함이 이스라엘의 요구 사양에 맞게 건조되도록 3년간 독일에 머물며 독일 해군 장교, 민간 방산 기술자들과 공동 작업을 했다.
이스라엘 잠수함의 수중 작전 기간은 세대를 거듭하며 늘어났다. 초기 잠수함은 며칠, 이후 몇 주 정도 잠항할 수 있었지만 드라콘함은 이보다 훨씬 오래 물속에 머물 수 있다. 2031년부터 인도될 다카르급 잠수함 3척은 수개월간 작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단은 잠수함 내부 첫 번째 층을 둘러봤지만, 본 내용 대부분은 보도가 허용되지 않았다. 다만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각종 센서와 수동 조작 버튼 사이로 컴퓨터 화면과 자율 시스템이 상당 부분 자리 잡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전했다. 잠수함은 물속에 몸을 숨긴 채 해상을 살필 수 있도록 서로 다른 깊이에 대응하는 잠망경 2개를 갖추고 있다.
외국 소식통들은 이스라엘 잠수함 일부가 핵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해상·공중·지상 전력으로 이뤄진 이른바 ‘핵 3축 체계’의 한 축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핵 보유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드라콘함의 늘어난 작전 반경은 이란·예멘 등 원거리 해역 작전과 맞닿아 있다. A 중령은 해군이 앞으로 이란·예멘 같은 먼 해역에서 더 많이 작전해야 할 것이라는 이스라엘군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부인하지 않았다. 해군은 지금까지 사르6급 코르벳함의 예멘 공격 등 소수의 원거리 작전만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A 중령은 해군 장교들 사이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과가 호르무즈 해협보다 더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고 확인했다. 홍해 남쪽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폭이 약 12해리로, 30해리가 넘는 호르무즈 해협보다 훨씬 좁다. 이 해협은 현재 예멘 후티 반군이 부분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A 중령은 이처럼 좁은 해역을 통과하려면 극도의 정밀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군 서열 2위인 기 레비 준장도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레비 준장은 드라콘함의 긴 해상 체류 능력이 이란·예멘 등 원거리 임무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다카르급 잠수함이 도입되면 해상 작전 기간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튀르키예 해군과의 전력 격차도 화두에 올랐다. 이스라엘 해군은 지난 24일 튀르키예가 이미 잠수함 14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4척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잠수함 전력의 2~3배 규모다. 해군은 같은 날 다카르급 3척과 별도로 잠수함 2척을 추가 구매하기 위해 정부에 예산과 승인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중령은 이스라엘 잠수함에는 튀르키예 잠수함에 없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도 독일에서 잠수함을 구매했다는 지적에는 이스라엘 사양에만 통합된 시스템과 전술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이스라엘 잠수함 승조원들이 튀르키예를 비롯한 잠재적 적국 해군보다 실전 경험이 훨씬 풍부하고, 역내외에서 훨씬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고 강조했다.
레비 준장 역시 이스라엘이 어떤 적과도 맞설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튀르키예와 충돌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며, 해군이 앞으로 더 많은 함정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레비 준장은 잠수함 부대가 이란을 상대로 한 ‘포효하는 사자’ 작전에서 이례적인 경험을 쌓았다고 언급했다. 또 한 잠수함에서 복무한 장교들의 경력을 모두 합치면 수백 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드라콘함의 수석 음탐관 한 명의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레비 준장은 해군 시스템 전반에 인공지능(AI)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정보보안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해군 시스템의 절반, 먼 미래에는 대부분이 자율 시스템이나 로봇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해군 내부의 전망에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미 소형 무인 잠수정 ‘블루웨일’을 운용하고 있다.
잠수함 전대장인 ‘Y’ 중령은 늘어난 함체 덕분에 정보 수집 장비를 비롯한 다양한 첨단 체계를 새로 탑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드라콘함 부함장 ‘T’ 소령도 A 중령과 함께 3년간 독일에서 근무했으며, 그 과정에서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근 지중해는 심해 훈련 여건이 제한적이어서, 신형 잠수함은 인도 전 심해 훈련이 큰 과제로 꼽힌다. T 소령은 드라콘함이 다른 나라 해군들처럼 독일 인근 심해에서 훈련을 마쳤다고 확인했다. 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 사이의 스카게라크 해협은 각국 해군이 심해 훈련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해역이다.
T 소령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이후 해군 전체가 공격 전력으로 성격이 바뀐 것과 달리, 잠수함 부대의 임무는 상대적으로 덜 변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부대는 여전히 정보 수집이 주 임무이며, 일부 경우 특수부대를 은밀히 수송하는 역할도 맡는다. 해군 특수부대 출신인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이 수십 년 전 잠수함을 이용한 상륙 작전에 참여한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T 소령은 가장 큰 변화는 잠수함의 능력을 넓히는 신기술 체계의 도입이라고 말했다.
T 소령은 이스라엘 잠수함이 적국 잠수함의 탐지를 피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프랑스 등 여러 나라 잠수함이 밀집한 아라비아해 같은 해역에서는 충돌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과 일부 우방국이 일시적으로 위치를 공유하는 조정 체계가 가동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잠수함 부대가 새로운 분쟁이 언제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높은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