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만 출신으로 알려진 부기장이 두바이발 텔아비브행 플라이두바이 여객기를 납치해 추락시키려 했다. 이스라엘인 승객을 가득 태운 여객기를 노린 이 사건으로 걸프 국가 오만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대계 통신사 JTA는 2일 해설기사에서 오만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3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도 실렸다.
JTA에 따르면 오만은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양국은 한때 통상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00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악화되면서 이 관계는 끊겼다. 이후에도 양국 간 접촉은 물밑에서 이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8년 10월 26일 오만 수도 무스카트를 방문해 고 카부스 빈 사이드 술탄을 만났다. 이스라엘 총리와 오만 술탄이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양국은 공식 수교를 논의했지만 지금까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오만의 입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대체로 비슷하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왔다. 다만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향한 명확하고 되돌릴 수 없는 경로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오만은 아브라함협정에 대한 지지 의사도 밝혀 왔다. 아브라함협정은 2020년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과 관계를 정상화한 합의다. 이후 다른 무슬림 국가 몇 곳도 이 협정에 서명했다.
오만의 대이스라엘 발언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거칠어졌다. 뒤이은 가자지구 전쟁을 거치며 양국 관계도 냉각됐다.
오만 당국자들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보인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특히 비판 수위가 높았다. 아흐메드 빈 하마드 알칼릴리 오만 대무프티(이슬람 최고 종교지도자)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미국-시온주의자의 배신적인 대이란 침략”이라고 규정했다.
오만은 때때로 ‘중동의 스위스’로 불린다. 서방과 이란 사이에서 오랫동안 균형 외교를 펴 왔기 때문이다. JTA는 전략적 위치와 독특한 외교 방식이 오만을 중동의 이례적인 행위자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오만은 아라비아반도 남동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UAE·예멘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해협과도 접해 있다.
오만은 최근까지 국제 뉴스의 중심에 서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심 중재자 역할을 하며 최근 몇 달 사이 주요 행위자로 떠올랐다. 미국·이란 모두와 가까운 중립 노선 덕분에 올해 초 전쟁 발발 전 양측 협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오만의 중재는 전쟁을 막지 못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이란을 겨냥한 공동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오만 외교부는 같은 날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상대로 개시한 군사작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조치가 국제법 규범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역내 국가들을 압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차원에서 오만도 공격했다. 오만에는 미군 기지 3곳이 있다. 이란의 공격 대상에는 오만의 항구와 석유 시설이 포함됐다. 다만 다른 역내 국가에 비하면 공격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오만은 이란의 공격 이후에도 중립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더 악화됐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3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이번 전쟁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이 “외교정책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만이 방해하면 폭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같은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오만)이 잘 처신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일들처럼 아주 쉽게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비공개적으로 오만을 “표리부동한 행위자”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오만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최선의 합의를 모색하기보다 대체로 이란 편에 섰다고 봤다.
오만의 인구는 약 550만명이다. 국토 대부분은 사막이며 인구의 상당수는 해안 평야에 거주한다. 오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대량의 원유가 오가는 해역을 끼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오만 국민의 상당수는 이슬람 이바디파 신자다. 이바디파는 수니파·시아파와 구별되는 별개의 종파다. 오만에는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지닌 외국인 거주자도 많다.
오만은 술탄이 광범위한 권한을 갖는 술탄국이다.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현 술탄은 2020년 1월 즉위했다. 50년 가까이 나라를 다스린 사촌 카부스 술탄이 서거한 뒤였다.
오만 경제의 상당 부분은 석유에 기반한다. 오만은 경제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긴 해안선과 전략적 위치 덕분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국제 교역의 관문 역할도 하고 있다.
오만 정부는 이번 여객기 사건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부기장의 신원과 국적도 공개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와 국제 언론은 이 부기장을 오만인으로 지목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일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 성명에서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행기를 추락시키려고 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가 누군가에게 보내진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며 “그를 보낸 자는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