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정부는 18일 긴급 국방 조달 재원 마련을 위해 부처 예산 일괄 삭감안을 승인했다. 삭감 규모는 26억셰켈(약 1조1180억원)이다. 10월 27일 총선을 9일 앞두고 나온 결정이다. 연립정부 재량예산은 삭감 대상에서 빠졌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18일 보도했다.
삭감률은 4.9%다. 교육·보건·복지·교통 등 여러 부처가 대상이다. 법률 의견서가 공공서비스 영향을 경고했는데도 정부는 삭감안을 승인했다.
삭감안 문서는 이번 재원이 국방부 장비 확충을 위한 기밀 조달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달 사업의 세부 내용과 긴급성은 각료 조달위원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문서에 따르면 국방 당국자들은 새 정부 구성 뒤로 예산 승인을 미루면 안보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처별로는 교통부가 4억3510만셰켈(약 1870억원)로 가장 크게 삭감된다. 교육부는 2억8000만셰켈(약 1200억원)이 줄어든다. 경찰을 관할하는 국가안보부는 2억2500만셰켈(약 970억원)이 삭감된다.
보건 예산은 1억5000만셰켈(약 640억원), 복지 예산은 1억4000만셰켈(약 600억원)이 줄어든다. 총리실 예산도 1억400만셰켈(약 450억원)이 깎인다. 나머지 부처는 각각 1억셰켈(약 430억원) 미만이 삭감된다.
삭감은 부처의 일상 운영보다 개발 사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8일 히브리어 매체들을 인용해 교육 분야 삭감 내용을 전했다. 교사 급여는 영향을 받지 않고 학교 특별활동 프로그램, 청소년단체, 비영리단체 활동이 영향을 받는다.
보건 분야에서는 건강관리기구(HMO)와 이들이 제공하는 의약품·치료 목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중보건 서비스, 병원, 정신건강 서비스, 지역 간호시설, 노인 의료 서비스도 영향권에 든다.
삭감안에 첨부된 법률 의견서는 정부 서비스가 크게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견서는 선거 기간에 권한을 행사할 때 자제와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조치에 법적 장애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비드 코펠 재무부 법률 고문은 실무 관계자들과 논의한 결과 대체 재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펠 고문은 대체 재원이 공공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적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정부 결정으로 배정됐지만 아직 집행되지 않았거나 부처 운영에 필수적이지 않은 자금이 포함된다.
삭감안은 이번 재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지난 14일 미국산 아파치 헬기 구매에 10억셰켈(약 4300억원)을 승인한 지 며칠 만에 나온 조치다. 정부는 당시 이 재원 대부분을 아랍계 사회 5개년 경제개발 계획 예산 삭감으로 마련했다. 두 결정으로 국방 조달에 배정된 금액은 36억셰켈(약 1조5500억원)을 넘는다. 미국이 수개월 지연 끝에 구매 여부를 결정하라고 이스라엘에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이르 라피드 야당 대표는 국방 조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복지·교육 예산을 깎지 않고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라피드 대표는 “연립정부 재량예산에 수십억 셰켈이 쌓여 있다”며 “이 돈이 부패한 관리와 병역 기피자, 탈영병에게 가는 대신 아파치 헬기 구입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라피드 대표는 “복지·교육 예산 삭감은 생산적이고 복무하는 국민에 대한 이 정부의 또 다른 범죄”라고 덧붙였다.
오데드 포러 이스라엘 베이테누(Yisrael Beytenu)당 의원은 정부가 공익보다 정치적 이익을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포러 의원은 “아리예 데리와 샤스당, 토라유대주의연합, 오릿 스트록 종교시온당 의원에게 배정된 연립 재량예산을 깎는 대신 전 부처에서 26억셰켈을 깎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포러 의원이 초정통파 정당 2곳과 극우 성향 연립정부 소속 의원을 가리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정통파 정당들은 자기 공동체 몫의 재정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이 이끄는 종교시온당은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에 대한 대규모 정부 자금을 확보했다.
포러 의원은 “북부 복구와 외곽 지역 보건·복지 서비스 예산은 깎으면서 초정통파 병역 기피자와 예시바에는 늘 돈이 있다”고 말했다. 포러 의원은 “네타냐후 총리와 스모트리치 장관은 그 자금에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길라드 카리브 데모크라츠(Democrats) 의원은 연립정부를 “도둑들의 정부”라고 불렀다.
인발 헤르모니 이스라엘사회복지사연합 회장은 성명에서 “정부는 사회서비스 파괴의 길을 계속 가고 있다”고 밝혔다. 헤르모니 회장은 “국방은 로켓과 요격미사일만이 아니라 복지·보건·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하가이 레빈 이스라엘공중보건의사협회 회장도 성명에서 이번 삭감이 “공중보건과 국민의 삶을 해칠 것”이라고 밝혔다. 레빈 회장은 이번 삭감이 이전의 삭감과 의료 체계 방치 위에 더해진 것이라며 정부의 우선순위 설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주도의 이스라엘 남부 침공 이후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천 명의 군 사상자와 민간인 부상, 장기 예비군 복무,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로켓 공격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재활·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