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1일 새벽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 와해를 자신의 정치 인생의 사명으로 규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는 27일 총선을 앞두고 이 임무를 끝낼 시간을 유권자에게 요청했다.
인터뷰는 21일 오전 2시 14분 무렵 시작돼 약 30분간 이어졌다. 77세 생일을 맞은 네타냐후 총리를 위해 참모들은 초콜릿을 입힌 마시멜로 과자 크렘보와 티라미수 등을 준비했다. 77세가 된 기분을 묻는 질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고, 건강과 많은 에너지, 목적이 있다면 괜찮다”고 답했다.
이란이 선거 전에 공격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군 정보당국과 모사드로부터 이란과 대리세력이 선거에 영향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는 “명확한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내가 당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로켓이나 드론을 이용해 군사작전 성과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신뢰를 흔들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며 그들이 상상조차 못 할 힘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익명의 참모들은 배경 설명을 전제로 현직 고위 국방 당국자들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연락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적들이 총리의 패배를 자신들의 성공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총리가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참모들은 가까운 시일 내 심각한 안보 위협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 내용이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이 여전히 군사 역량을 갖고 있다는 지적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인정했다. 그는 현 지도부가 유지되는 한 이란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재건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 목적은 이란의 살인적 정권을 무너뜨려 우리 머리 위의 위협을 없애고 다수의 평화 합의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지지한 데 대해서는 결정 자체가 의외였다고 밝혔다. 다만 동기는 놀랍지 않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미국 도시에 대한 위협으로 보며 이를 상대할 믿을 만한 파트너로 자신을 꼽는다는 것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별도의 지지 표명은 거부했으나 네타냐후 총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말 세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적대적인 행정부가 들어서면 누가 압박을 견디고 맞서겠느냐”며 어느 경우든 답은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력과 후임 행정부의 요구에 대한 저항에 모두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이란의 테러 기지가 이스라엘 인구 밀집 지역을 내려다보는 것에 비유했다. 이어 “압박에 굴복해서는 압박을 견딜 수 없다. 그러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향후 과제로 △미국 내 기존 지지 기반 강화 △정보전 대응 △국제 파트너십 확대를 꼽았다. 파트너십 확대의 사례로는 인도를 들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응하는 모습을 본 아랍 국가들이 관계 수립에 더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 이름을 묻자 “둘보다 많은 나라”라고 답했고, 이후 “둘보다 훨씬 많은 나라”로 표현을 바꿨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브라함 합의의 출발점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의 이란 핵합의 충돌에서 찾았다. 당시 워싱턴에 맞서는 모습에 감명받은 아랍 관리들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이런 접촉이 합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이 이스라엘의 파트너로서의 매력을 더 높였다는 주장도 폈다.
아랍 지도자들이 그의 연정 파트너들을 문제 삼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아랍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도 관심이 없다며 “말은 해야 하지만 진심은 아니라고 한다”고 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 발언이 네타냐후 총리가 전한 비공개 대화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은 지난 16일 공동성명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지지를 재확인했다.
카타르 문제도 거론됐다. 카타르를 다시 중재자로 쓸 것이냐는 질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카타르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스라엘도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그는 카타르가 미국 대학과 소셜미디어에서 반유대주의와 반시온주의를 부추기는 동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카타르는 우리를 비방한 동력 중 하나였다.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친인 고 벤시온 네타냐후를 언급했다. 부친은 유대인 박해의 역사를 연구한 역사학자다. 미국은 유럽 역사의 반복되는 위험에서 예외이냐고 묻자 부친이 “특정한 일이 벌어지면 예외는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인은 눈에 띄면서도 약하다. 그것은 사회에서 매우 위험한 위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힘이 유대인에게 물리적 파괴를 막을 수단을 줬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친카타르라는 비난을 받았다며 “나는 카타르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공습을 벌였다. 측근들의 카타르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판사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판사가 마녀사냥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판사나 판결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른바 ‘카타르게이트’는 현재 수사 중이다. 요나탄 우리히 등 보좌관들이 네타냐후 총리 밑에서 일하며 카타르의 이익을 도왔다는 의혹이다. 보좌관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경찰에 진술했으나 피의자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사안을 “하나의 날조”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의 진짜 쟁점을 가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기 정부 구성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의 연정 파트너들과 구성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국방장관을 맡고 싶어 한다는 질문에는 “다음 국방장관은 리쿠드에서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 정부이며 정책은 우리가 정한다”고 덧붙였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극단주의 정착민들의 폭력도 질문했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의 비판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 언론이 이스라엘인에 대한 테러에 비해 이 폭력의 규모를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경단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자기 손으로 집행하는 극단주의자들의 행위가 잘못이며 이스라엘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고 밝혔다. 정착촌 공동체 전체의 평판도 훼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신베트에 이 문제를 맡겼고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 아이젠코트 이스라엘군(IDF) 전 참모총장과의 통합정부 가능성도 질문에 올랐다. 네타냐후 총리는 야당이 자신의 부패 재판을 이유로 배제했다며 “재판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소된 정치인의 총리직 수행을 막는 법안에 반대했다. 이런 법은 누가 통치할지 결정하는 권한을 유권자에게서 검찰로 넘긴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 법안을 “이란식 볼셰비즘”이라고 불렀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판을 “지금 당장 끝내야 하며 재판을 주도한 이들에 대한 형사 수사를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어떤 시민에게도 이럴 수 없다. 국가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3건의 사건에서 사기와 배임 혐의로, 4000사건에서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혐의는 사업가들로부터 받은 선물, 신문 발행인 아르논 모제스와 경쟁지 이스라엘 하욤 견제를 대가로 우호적 보도를 논의한 의혹, 통신사 베제크에 대한 규제 특혜와 포털 왈라의 보도 개입 의혹 등이다. 아비하이 만델블리트 전 검찰총장은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서 자신의 승인 범위를 넘어선 수사 조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수사 승인과 뇌물 혐의의 근거는 옹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크네세트(의회) 120석 중 61석 이상을 확보하면 정부를 구성하고 원칙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정당은 이 원칙을 수용하면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첫 번째 원칙은 팔레스타인 국가 불가, 예외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자 권리를 존중하는 유대 민족국가 정체성 △능동적 안보 독트린 △자유시장경제 △평화 합의 확대를 제시했다. 승리 후에는 자신이 정한 조건에 따라 연정을 넓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판세에 대해서는 여론조사에서 과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은 동률이라고 본다. 큰 숫자에서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
당선되면 마지막 임기가 되느냐는 질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아니다. 다섯 번 더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지쳤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나와 함께 체육관에 가자”고 말했다. 다만 “똑같이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1999년 총선 패배 뒤 자신이 각주에도 못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 논평가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이 자리가 필요 없다. 나는 사명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할 수단을 갖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 성인이 된 이후 자신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이 일을 끝낼 것인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