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군(IDF)이 서안지구 헤브론에서 작전을 이어가면서 팔레스타인 주민 약 1500명이 집을 떠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2명이 전날 이스라엘군 병사 2명을 숨지게 한 총격 사건 이후 시작된 작전이다.
팔레스타인 공식 통신사 와파(WAFA)는 칼레드 두딘 헤브론 주지사를 인용해 작전이 시작된 23일부터 200가구 넘게 집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수십 가구는 밤을 집 밖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와파는 헤브론주 당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주 가구를 돕기 위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유세프 알자바리 헤브론 시장은 와파에 이스라엘군이 시내 2개 지역에서 주민 2500명을 추가로 퇴거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두딘 주지사는 AFP통신에 지금까지 헤브론의 3분의 1 정도가 작전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공격범들이 나온 동네에서 시작했지만 작전이 확대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과 전혀 상관없는 민간인에게 집단 처벌을 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알자바리 시장은 “이들에게 거처를 찾아 주고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퇴거 관련 보도에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앞서 헤브론 작전이 수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군은 이번 작전이 “테러범들이 활동한 지역에 집중되고 한정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23일 작전 지역 주민이 지정된 출구 3곳을 통해 신문과 보안 검색을 거쳐 떠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색에서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보안군이 신문을 위해 데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헤브론 아인디르바하 지구에서는 주민이 떠난 건물마다 ‘X’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과 차량이 보이지 않았고 이스라엘군 차량 두 대만 있었다. 이스라엘 국기가 걸린 주택은 군이 접수한 것으로 보였다.
앞서 23일 헤브론 인근 군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2명이 총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병사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총격전은 20분 넘게 이어졌고 병사들이 무장대원 2명을 모두 사살했다. 숨진 병사는 아슈켈론 출신 론 요나탄 로이트만(23)과 호드하샤론 출신 유발 샤이 스빌렘(20)이다.
이스라엘군은 예비 조사 결과 무장대원들이 인근 도로의 이스라엘 민간인을 겨냥한 더 큰 공격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간선도로에 이를 수 없다고 판단해 임시 검문소에 총격을 가했다는 설명이다. 무장대원은 같은 가족인 헤브론 주민 모하마드 자바와 피라스 자바(이상 27)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무장대원들이 나온 헤브론의 동네를 “파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난민촌에서 사용한 “성공적이고 공격적인 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촌을 “사실상 테러 거점”이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부터 서안지구 북부 여러 난민촌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군은 이 지역을 테러 온상이라고 규정하고 주민 수만 명의 귀환을 막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밤 i24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도 매우 큰 놀라움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 발언이 더 큰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내각의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PA 해체를 요구해 왔다. 벤그비르 장관은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PA는 1990년대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과 협력해 서안지구 일부를 통치하는 반자치 기구다.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는 PA를 없애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해 노력하라는 미국 대통령 3명의 압박을 거부했다고 내세웠다. 이어 “그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지금은 밝히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23일 이스라엘군이 “유대와 사마리아(서안지구)에서 6일 전쟁 이후 한 번도 없던 매우 광범위한 작전”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실행할 준비가 돼 있고 시기는 우리가 정하겠지만 작전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레바논·시리아·이란에 대한 공격을 언급하며 “우리는 중동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PA가 23일 공격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범들을 하마스와 연결지었다. 하마스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공격을 환영하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많은 공격을 촉구했다.
서안지구 전역에서는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극단주의 성향 정착민들의 공격과 팔레스타인 땅 점거가 늘고 있다. 인권단체 예시딘(Yesh Din)은 지난 26일간 정착민 폭력이 672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올리브 수확과 관련됐다. 올리브 수확은 팔레스타인인에게 문화적 의미가 큰 연례행사로, 극단주의 정착민들이 방해해 왔다.
24일 이른 아침 헤브론 서쪽에서 벌어진 정착민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농민 여러 명이 다쳤다고 팔레스타인 매체들이 전했다. 와파에 따르면 극단주의 정착민들이 헤브론 서쪽 마을 키르벳 수바의 선인장 농장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와파가 인용한 소식통들은 이스라엘군이 처음에는 구급차의 현장 접근을 막았다고 말했다. 와파는 부상자 수와 부상 정도를 밝히지 않았다.
한편 올리브를 따는 팔레스타인 농민들과 동행하다 서안지구에서 구금된 이탈리아 활동가 5명이 24일 이탈리아로 돌아갔다고 이탈리아 외무부가 밝혔다. 이들은 22일 구금됐다. 이스라엘은 이들이 농사 활동에 대한 보안군의 사전 승인이 없던 지역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23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구금이 “용납할 수 없다”며 활동가들이 “죄를 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활동가들이 출국 전 영사와 면담했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