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국방기술(디펜스테크) 스타트업들이 다른 기술 업종의 인력 감축 흐름과 반대로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이스라엘 채용대행사 갓프렌즈(GotFriends)가 최근 내놓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방테크 업계의 신규 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고 임금도 약 8% 올랐다. 이 설문조사 내용은 이스라엘 매체 글로브스가 1일 보도했다.
최근 몇 달간 이스라엘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다수 기술 기업들은 잇따라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도입 확대에 따른 업무 자동화와 조직 개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기술 업계 전반이 인력을 줄이는 가운데 국방테크 분야만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갓프렌즈에 따르면 카일라테크놀로지스(Kela Technologies), 엑스텐드(Xtend), 에이리스랩스(Airis Labs), 디펜드솔루션스(D-Fend Solutions), 액손비전(Axon Vision) 등이 현재 가장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업체로 꼽혔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핀테크·사이버보안 기업들이 개발자를 두고 경쟁했다면, 지금은 국방테크 스타트업들도 비슷한 임금과 조건을 내걸고 같은 인재풀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테크 업계의 채용 확대는 세계적인 투자 증가와 맞물려 있다. 갓프렌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국방테크 기업들은 올해 들어서만 약 123억달러를 유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이스라엘 국방테크 기업들도 올해 들어 약 8억4600만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한 해 전체 투자액에 육박하는 규모다.
투자 유치뿐 아니라 실제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 스타트업 약 800곳이 이미 이스라엘 국방부로부터 직접 조달 주문을 받고 있다. 벤처 투자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질적인 사업 매출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초기 단계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사 기술을 실전에서 시험하고 빠르게 개선하며 이미 검증된 제품으로 추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보고서 작성진은 이 같은 성장의 배경으로 세계 안보 환경의 변화를 꼽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을 거치며 여러 나라가 수년씩 걸리는 프로젝트 대신 빠르게 개발하고 실전 배치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조달 방식도 바뀌고 있다. 대형 방산업체와 함께 각국 정부와 군이 단기간에 맞춤형 해법을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쟁은 실험실과 전장 사이의 거리도 좁혔다. 과거에는 수년간 시험과 시연을 거쳐야 했던 기술들이 이제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실전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배우고 빠르게 개선하며 이미 성능이 검증된 해법을 세계 각국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기회다. 보고서는 이런 흐름이 자율주행 시스템, 드론, 정보, 방공 등 분야에서 이스라엘 국방 기술을 세계적인 쇼케이스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채용 분야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요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개발 분야에서 인력을 뽑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이썬·임베디드·C++ 개발자와 함께 클라우드·AI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높다. 첨단 국방 시스템에 쓰이는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설계하는 FPGA·VLSI 엔지니어 등 하드웨어 인력 수요도 늘고 있다.
알고리즘 분야도 성장세다. 특히 시스템이 이미지를 인식·분석할 수 있게 하는 컴퓨터비전과, 드론·자율주행 시스템에 필수적인 다양한 센서 정보 통합 분야의 수요가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이버보안 연구원, 리버스엔지니어링(역공학) 전문가, 위협 정보 분석 인력에 대한 채용도 계속되고 있다.
보고서가 주목한 대표적 흐름은 하드웨어 엔지니어의 부상이다. 그동안 이스라엘 기술 업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AI 기반 시스템과 드론·센서·첨단 통신 기술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며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 인프라를 설계하는 인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갓프렌즈는 전자기판과 부품 구조를 설계하는 하드웨어 설계자, VLSI·보드 설계 엔지니어 등이 현재 업계에서 가장 수요가 많고 임금도 높은 직군에 속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일부 기술 기업에서 AI 도입이 효율화를 이유로 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국방테크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AI 기반 시스템을 개발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엔지니어와 개발자가 필요해지면서, AI가 채용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금 상승도 이번 조사의 주요 특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테크 업계 임금은 지난 1년간 약 8% 올랐다. 갓프렌즈는 국방테크 스타트업과 SaaS·핀테크·사이버보안 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크게 좁혀진 점을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았다.
과거 국방테크 기업은 고용이 안정적이지만 임금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주요 기술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 설계자의 평균 월급은 약 5만 셰켈, 알고리즘 엔지니어는 약 4만7000셰켈, AI·VLSI 엔지니어는 약 4만5000셰켈 수준이며 숙련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월급도 4만4000셰켈에 근접하고 있다.
갓프렌즈는 경쟁이 더 이상 임금에만 좌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국방테크 기업 지원자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상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경력을 쌓으려는 인력이 많았지만, 지금은 국방 응용 기술 개발에 참여하려는 지원자가 늘고 있다. 보고서 작성진은 임금 외에도 국가 안보에 직접 기여한다는 의미와 보람이 일부 지원자들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분야 신생 스타트업 상당수는 예비군과 기술 부대 출신 제대군인들이 창업했다. 이들은 복무 중 접했던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바탕으로, 실전 경험과 공학 지식, 창업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스타트업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드론, 자율주행 시스템, 사이버보안, AI 등 분야에서 해법을 개발하며 투자와 인력을 동시에 끌어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