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지난 27일 치러진 총선의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진영은 차기 크네세트(의회)에서 53석을 확보했고, 야권 진영은 48석을 얻었다. 양측 모두 과반인 61석에 미치지 못했다. 아랍 정당이 얻은 의석은 사상 최다인 19석이다.
이날 공식 집계에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이중봉투 투표지가 포함됐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소의 투표 무결성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신베트(이스라엘보안국)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 신베트는 카타르와 튀르키예 등 외국 세력이 아랍계 유권자의 투표율에 영향을 주려고 이스라엘로 자금을 보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놈 솔베르그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이 다비드 지니 신베트 국장에게 외국 자금 유입과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정당별로 보면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이 27석으로 다시 최대 정당이 됐다. 유대교연합과 오츠마 예후디트(Otzma Yehudit)는 각 7석, 종교시온주의당과 샤스당은 각 6석을 확보할 전망이다. 선거 전 방송사 여론조사는 대부분 리쿠드당의 의석을 이보다 크게 적게 예상했다. 샤스당과 오츠마 예후디트는 더 많은 의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야권은 가디 아이젠코트 대표의 야샤르(Yashar)가 21석으로 가장 많다.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의 베야하드(B’Yachad)가 12석, 야이르 골란 대표의 민주당이 8석,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대표의 이스라엘 베이테누가 7석을 얻을 전망이다. 아랍계에서는 공동명단이 11석, 라암(Ra’am)이 8석을 차지한다. 선거 전 방송사 여론조사 대부분은 야권이 앞서고 야샤르가 최대 정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페르 빈터 대표의 이스라엘 국민당과 요아즈 헨델 대표의 예비군-경제당은 봉쇄선인 득표율 3.25%를 넘지 못했다.
이번 결과로 연립정부 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와 아이젠코트 대표의 통합정부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아이젠코트 대표는 순환 총리제를 포함해 네타냐후 총리 아래에서 일하는 방안을 이미 거부했다. 다른 야권 지도자들도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교착이 이어지면 재선거로 이어질 수 있지만, 연정 협상으로 합의에 이를 여지도 있다.
법에 따라 대통령은 의회 정당들과 협의한 뒤 누구에게 조각을 맡길지 결정한다. 이삭 헤르조그 대통령은 28일 정치 지도자들에게 열린 자세로 연정 협상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재선거를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29일에는 카타르의 선거 개입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 절차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골란 대표는 만수르 아바스 라암 대표를 만났다. 그는 야권이 아랍 정당과 함께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골란 대표는 같은 날 아이젠코트 대표, 야이르 라피드 야당 지도자와도 따로 만났다. 아이젠코트 대표와 베네트 대표도 29일 만나 가능한 한 빨리 새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리베르만 대표는 아랍 정당이나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야권 동료들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리베르만 대표는 “우리가 고려할 연정은 시온주의 정당으로만 구성된 정부뿐이며,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가 빠진 리쿠드당은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란 대표를 제외한 야권 지도자들은 2023년 10월 7일 학살 이후 아랍 정당이 정부에 참여할 수 없다는 선을 그어 왔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야권 최대 정당 대표가 총리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 안에서 합의가 발표된 것은 없다.
61석 없이 소수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수 정부는 의석이 과반에 못 미쳐도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할 수 있다. 이 경우 아랍 정당이 야권을 지지할 수 있다. 아랍 정당 인사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유임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하지만 아랍 정당에 의존하는 방안에 대한 야권 내부 반발이 변수다. 리베르만 대표는 선거 전부터 이 방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카타르 개입 의혹에 대한 신베트 수사도 이런 구도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리쿠드당은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어떤 시온주의 정당도 “라암, 공동명단과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신베트와 경찰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즉각 조치하라”고도 촉구했다. 리쿠드당은 별도로 아랍 정당이 광범위한 부정선거와 매수, 협박, 투표 조작으로 선거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 집행 당국의 즉각적인 수사를 요구했다.
야권 지도자들은 모두 신베트와 솔베르그 위원장에게 카타르 개입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관계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 세력이 이 상황을 이용해 26대 크네세트 취임 선서 날짜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27일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조직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새 의회의 취임 선서가 미뤄지지 않도록 막겠다고도 다짐했다.
아바스 대표는 수사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라암이 어떤 식으로도 연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