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방위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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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중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7일 사우디 메카에서 3국 공동방위협정에 서명했다.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의 미사일 공격에 시달려온 걸프 산유국들이 수니파 무슬림 강국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란과 그 우호 세력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해 지역 갈등이 크게 확산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에너지 수출 선박을 봉쇄해왔다.

3국은 공동성명에서 이번 협정이 집단 억지력 강화를 목표로 하며, 3국 중 한 나라라도 무력 공격을 받으면 이를 3국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른바 ‘메카 공동방위협정’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성명은 각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무를 지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협정이 3국의 집단 안보를 강화하고 역내외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정이 방어적 성격이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역내 국가들도 참여할 수 있고, 기존의 양자·다자 안보 협정을 대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3국 모두 이스라엘과 혁명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갈수록 공세적인 군사 행보를 특히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동맹인 미국이 역내 혼란을 수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이번 협정 체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협정은 이스라엘군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걸프 지역으로 번지면서 나온 것이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약 3년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으며 시리아 영토 일부를 장악하는가 하면 이란을 상대로 두 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아랍에미리트·오만·요르단·이스라엘의 미군 기지와 민간 시설을 공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본토뿐 아니라 이란의 동맹인 예멘 후티 반군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로부터도 반복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이 충돌로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걸프 우방국들의 안보 지형도 흔들렸다.

이번 협정은 약 1년에 걸친 협상의 결과물이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당시 안카라 정부가 협력과 안정을 증진할 더 폭넓은 역내 안보 플랫폼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걸프 지역 싱크탱크인 걸프연구센터의 압둘아지즈 사게르 이사장은 “이슬람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 나라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다”며 “이는 안보 문제에서 더 긴밀히 공조하려는 역내·중견국들의 의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 3자 협력체가 제도화되고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진다면 3국의 외교·국방 영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역내 국가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안보 구조가 자리 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 지역 최강국이자 이슬람 최고 성지들이 있는 나라이며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이고, 파키스탄은 무슬림 국가 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메카에서 소순례(움라)를 수행한 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도착을 맞았다. 이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동했다.

메카는 이슬람 최고의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오랜 양자 군사 협력을 바탕으로 한 이번 협정에 상징적 무게가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국립대 전략국방연구센터의 만수르 아마드 연구원은 파키스탄과 튀르키예가 강력한 방위산업을 이번 협력에 보탤 수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술 투자로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파키스탄의 핵 억지력이 인도를 겨냥한 것으로 간주돼 온 만큼, 이번 협정에 핵 관련 요소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수십 년간 사우디군에 훈련과 기술 지원을 제공해왔고,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은 군함과 훈련기를 서로 교환해왔다. 202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튀르키예산 드론을 구매하기로 했는데,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자국 역대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5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이후 병력 약 8천 명과 전투기, 드론, 방공 체계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배치했으며, 걸프 지역 전반으로 안보 협력을 넓혀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월 파키스탄이 에너지 협력과 투자를 대가로 쿠웨이트와도 안보 협정 확대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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