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양대 블록 과반 실패…공약 깨야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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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 야이르 골란 민주당 대표, 나프탈리 베네트 베야하드당 대표,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베이테누당 대표가 26일 텔아비브의 라피드 전 총리 자택에서 회동 장면 (사진=본인 측 제공)

27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어느 진영도 과반인 61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진영은 53석,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진영은 48석을 얻었다. 두 진영 모두 선거 공약을 깨지 않고는 정부를 구성하기 어렵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아이젠코트 전 총장의 예샤르당은 의회 진출 문턱을 넘은 11개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크네세트(의회)는 모두 120석이다. 네타냐후 진영과 이념이 가까운 정당들은 과반에 8석이 모자랐다.

아이젠코트 블록은 유대계 정당 4곳으로 구성된다. △아이젠코트 전 총장의 야샤르 △나프탈리 베네트·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의 베야하드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대표의 이스라엘 베이테누 △야이르 골란 대표의 민주당이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 베이테누는 7석을 얻었다.

아이젠코트 블록이 아랍계 정당인 라암(8석)과 공동명단(11석)을 끌어들이면 67석 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야샤르와 베야하드, 이스라엘 베이테누는 아랍계 정당과 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유대인 유권자 사이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우위에 있다는 점도 정통성 논란의 부담으로 꼽힌다.

아이젠코트 전 총장은 선거운동 중 입각 조건 4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유대·민주 국가와 독립선언문 가치에 대한 헌신 △의무 군 또는 국가 복무 △하마스의 테러단체 인정이 포함됐다. 그는 9월 말 12채널 인터뷰에서 아랍계 정당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부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거 당일 밤 이후에도 유대계 시온주의 정당과의 연정을 거론하고 있다.

2021년 라암의 지지를 받아 라피드 전 총리와 연정을 꾸렸던 베네트 전 총리도 아랍계 정당과 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리베르만 대표는 “시온주의 정당만으로”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전부터 아랍계 정당과의 연대를 언급한 인물은 골란 대표뿐이다. 골란 대표는 선거 뒤 블록 내 나머지 3개 정당에 같은 길을 택하라고 촉구했다.

우회로로는 소수정부가 거론된다. 아이젠코트 전 총장이 정부를 꾸리고 라암과 공동명단이 외부에서 표를 보태는 방식이다. 라암은 정부에 참여하고 공동명단만 외부에서 지원하는 구도도 가능하다. 다만 이 방안 역시 정치권과 여론의 상당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공동명단은 선거 뒤 공식 성명에서 “네타냐후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적 협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이젠코트 전 총장이 이끄는 정부를 지지할지, 지지한다면 어떤 조건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라암의 만수르 압바스 대표는 선거 전날인 26일 12채널 인터뷰에서 “크네세트에 정부를 세울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계 정당 없이 가려면 초정통파(하레디) 정당인 샤스와 유대교연합(UTJ)의 13석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젠코트 블록 4개 정당은 모두 초정통파 병역 면제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과 손잡는 것은 명시적 공약 파기다. 샤스와 UTJ 역시 지지층에 강제 징병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제외한 정부 구성이 어려워지면 블록의 대안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국민통합정부 참여다. 하지만 이 또한 공약을 정면으로 뒤집는 일이다. 4개 정당이 공유하는 유일한 원칙은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를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주장해 왔다.

아이젠코트 전 총장은 10월 하순 라디오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아래에는 앉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한다”며 총리직을 나눠 맡는 순환제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베네트 전 총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는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사람이어서 그 밑에 앉지 않겠다”고 말했다. 리베르만 대표는 약 2주 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세상이 뒤집혀도 어떤 경우에도 네타냐후와 함께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골란 대표는 “네타냐후와 그 파트너들과는 함께하지 않는다. 끝”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정부 구성 경로가 분명하지 않다. 그의 연합은 예상을 뒤엎고 53석을 얻었지만 과반까지 8석을 더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 야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아랍계 정당의 연정 참여 가능성을 활용했다. 그는 선거 전날 연설에서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을 “치욕”이라고 불렀다.

그렇다고 네타냐후 총리가 아랍계 정당, 특히 라암과의 협상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압바스 대표는 선거 당일 밤 12채널에 양 진영 정치인들과 모두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총선 때도 압바스 대표와 정부 구성을 논의한 적이 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아랍계 정당과 손잡더라도 과반 확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극우 성향의 연정 파트너인 이타마르 벤그비르와 베잘렐 스모트리치가 선거운동 중 그런 협력은 불가하다고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모든 경로가 막힌 가운데 연정 구성에는 정치권 전체를 흔들 근본적인 공약 파기가 필요할 수 있다. 어느 쪽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재선거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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