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위협 커져도 이스라엘-사우디 협력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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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협정을 맺은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중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에 맞서 미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스라엘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브랜든 프리드먼 텔아비브대 모셰 다얀 중동아프리카연구센터 연구소장은 14일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프리드먼 소장은 사우디의 정치 개혁을 오래 연구해 온 전문가다.

앞서 국제 통신사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후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스라엘 매체 이스라엘하욤은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를 통해 이스라엘에도 정보 공유 등 지원 요청이 간접적으로 전달됐다고 전했다. 사우디 매체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14일 사우디 제다에서 브래드 쿠퍼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과 만나 역내 정세를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사우디가 다른 나라에 군사 지원을 얼마나 추진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프리드먼 소장은 이란 진영이라는 공동의 위협을 고려하면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협력할 논리적 여건은 갖춰졌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모든 외교 현안이 다가오는 총선이라는 렌즈를 통해 굴절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사우디를 지원하더라도 국내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은밀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현재 집권 연정에 선거를 앞두고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에서만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전까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그동안 사우디를 아랍국가와 이스라엘의 수교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에 끌어들이려 노력해왔다.

프리드먼 소장은 사우디가 2026년 글로벌 파이어파워 지수에서 145개국 중 25위에 올랐지만, 지난 15년간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면서 독자적인 군사력은 거의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때문에 2015년부터 이어진 사우디의 예멘 전쟁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움을 구할 수도 있지만, 두 나라와 지난 1년간 관계가 틀어진 상태여서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이스라엘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이스라엘의 정보 공유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협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먼 소장은 “보안을 더 중시하는 새 연립정부가 들어선다면 그때는 더 큰 협력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사우디의 후티 대응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이스라엘과의 협력도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사우디는 새로운 역내 협력국을 찾고 있다.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이 맺은 메카 협정이 그 결과물이지만, 아직 사우디가 필요로 하는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프리드먼 소장은 설명했다. 파키스탄은 이미 예멘 전쟁에 자국군을 파병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탈레반과의 전투에 주력하고 있어 여력이 없는 상태다.

프리드먼 소장은 미국의 지원이 막히고 메카 협정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에 남은 마지막 선택지는 이란을 달래는 것이며, 실제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란이 예멘 전쟁을 오만을 매개로 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의 상선 통항료 협상과 연계시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후티 반군에 확전을 지시한 것도 사우디가 테헤란의 요구에 굴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봤다.

후티 반군은 홍해와 아라비아해, 인도양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우디 석유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프리드먼 소장은 말했다. 후티 반군은 이미 동서 송유관을 폭격해 하루 약 400만 배럴, 전 세계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하는 원유의 수송 경로를 변경시켰다. 프리드먼 소장은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들도 사우디 석유 시설을 반복적으로 공격해왔다며, 이는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력 확대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프리드먼 소장은 후티 반군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사우디는 미국이 후티와 이란을 상대로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다가오는 중국과의 정상회담과 미국 중간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지금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란이 이 시점에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걸프국가들이 통일된 대응에 합의하지 못하고 이란이 세계 경제를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사우디가 점점 커지는 압박 속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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