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14일 제다에서 브래드 쿠퍼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을 접견했다.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을 따라 북상하고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위협까지 겹치는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다.
사우디 국영통신사 사피(SPA)는 빈살만 왕세자가 이날 제다에서 쿠퍼 사령관과 수행단을 접견했으며, 양측이 양자 관계와 최근 역내 정세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매체 알아라비야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라크 내 민병대는 지난 10~11일 밤 사우디의 핵심 동·서 송유관을 공격했다. 걸프 국가들과 이란이 오만에서 열기로 했던 회담도 연기되면서, 사우디는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 중부사령부와 사우디군은 지난 7월 이라크에서 친이란 민병대를 겨냥한 정밀 타격을 함께 수행한 바 있다. 당시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지시한 것으로 파악된 드론 공격이 72시간 동안 약 30건 발생했다고 미국 중부사령부는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회동은 사우디가 미국의 다음 대응을 가늠하는 자리로도 해석된다.
후티 반군은 지난주 예멘 남서부 항구도시 모카를 점령한 뒤 홍해 연안을 따라 북상하며 주변 섬들을 잇달아 장악했다. 이 여세로 후티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위협할 수 있는 지점까지 진출했다. 후티는 사우디 접경지대 일부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 민방위청은 나즈란·카미스무샤이트·자잔·아브하 등 남부 4개 도시에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가 월요일 안전하다고 해제했다. 이후 카미스무샤이트와 아브하에 경보를 다시 내렸다가 재차 해제하는 등 긴장이 이어졌다고 사우디 매체 아랍뉴스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멘 정세가 악화하자 빈살만 왕세자와 수차례 통화하며 대응을 조율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정보와 표적 확인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빈살만 왕세자에게 전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알아라비야 잉글리시가 보도했다.
사우디는 2015년부터 후티 반군과 전쟁을 벌여왔고, 그동안 후티의 드론·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아왔다. 2019년 9월 14일에는 사우디 아브카이크·쿠라이스 석유시설이 드론과 순항미사일 공격을 받아 하루 원유 생산량 570만배럴, 세계 공급량의 약 5%가 일시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후티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사우디와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번 송유관 공격도 이와 유사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사우디는 2019년 공격 때 보복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즉각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번 송유관 공격과 관련해서는 걸프협력회의(GCC)와 무슬림세계연맹, 이슬람협력기구(OIC) 등이 사우디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며 공격을 규탄했다고 아랍뉴스는 전했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그동안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 기반시설을 여러 차례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2024년 요르단에서 미군 3명을 사망케 한 공격에도 연루된 바 있다.
사우디는 현재 이라크와 공동으로 송유관 공격 경위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우디가 넓은 영토와 다수의 전략시설을 보유한 만큼, 공격 시점과 장소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는 후티·민병대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